북도 주민 거리로 나섰다
문제는 항공기 소음빈도는 해가 갈수록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재 제2여객터미널을 개장하기 위한 3단계 건설사업을 진행 중으로 오는 2018년 본격 운영을 위한 막바지 공사가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24시간 잠들지 않는 공항’이란 기치 아래 심야시간 비행도 확대하고 있다.
24시간 쉬지 않은 대한민국의 하늘길 이면으로 수십년 간 살아온 터전에서 단잠 한 번 제대로 이룰 수 없는 섬 주민들의 고통이 짙게 드리워진 셈이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공항공사와 인천시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심각한 소음대책의 일환으로 북도면 연륙교 건설 등 현안 해결에 책임지고 나서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에는 모두 4개 섬이 형제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 중 연도교가 놓여있는 신도, 시도, 모도는 3형제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선왕조 말엽인 1880년부터 화염을 제조해왔으며 주민들의 순박함과 성실성을 고려해 믿을 신(信)을 딴 신도, 고려 말엽 비밀리에 군대를 양성하던 곳으로 화살 시(矢)를 딴 시도, 조선왕조 말엽 고깃배 조업 당시 고기는 잡히지 않고 풀뿌리만 어망에 들어가 이 곳에 정착해 살았다고 해서 띠 모(茅)를 딴 모도, 고려말 몽고병사들을 피해 피난온 사람들이 정착, 긴 봉우리가 많다고 해서 긴 장(長), 봉우리 봉(峰)을 딴 장봉도 등 북도면 4개 섬은 저마다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채 서해바다와 오랫동안 함께해왔다.
아름다운 섬, 소음에 잠들지 못하다
지난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공항에 지구촌을 오가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주민들의 소음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신도 1리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대형 항공기가 한 번 지나가면 소음 뿐 아니라 집 전체가 흔들리고, 가축들이 유산하고 노인들이 잠을 못자고...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항공사가 집계한 올해 북도면 일대를 지나는 하루 평균 항공기 운항횟수는 886대. 그러나 제2여객터미널 운영이 본격화되는 2018년엔 하루 평균 947대, 2024년에는 1천146대로 급증한다.
북도면 주민들은 항공기 소음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이곳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고려시대부터 뭍의 사람들이 정착해온 섬에 이제는 사람들이 나가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는 주민들의 숙원인 북도면 연륙교 건설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북도면 연륙교 건설사업은 아파트에 사는 도시민들이 쉽게 이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수십년 삶의 터전을 두고 차마 떠날 수 없는 주민들이 소음피해를 감수하고 제시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들의 요구는 분명해졌다. 인천시가 영종~신도간 연륙교 건설사업을 광역시도로 지정해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항공사의 기여금 출연을 이끌어내라는 것이다.
북도면 주민 400여 명은 11월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층 7번게이트에서 집회를 갖고 북도면 연륙교 건설고하정의 공항공사 기여금 출연을 촉구했다. 이어 오후에는 인천시청 앞으로 이동, 영종~신도간 연륙교 사업을 책임지고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유정복 인천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시청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차광윤 인천공항 피해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 주민 2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한 때 집회가 과격한 양상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이후 대책위는 홍순만 경제부시장과 면담을 갖는 등 북도면 연륙교 사업 추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차광윤 부위원장은 “시는 여전히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다”며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주민들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양광범기자 사진=장용준기자·인천시 옹진군청·인천공항 피해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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