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학과 구조조정’ 내홍 격화

최 총장 ‘학생·교직원에 드리는 글’ 역풍
“풍문만 확인” 문과大 중심 반발 거세져

인하대학교의 구조조정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최순자 총장은 지난 23일 오후 늦게 ‘인하대 구성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이메일을 인하대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전송했다.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학내 분위기가 과열되자 진정에 나선 것이다.

 

최 총장은 메일에서 “인하대의 대외평가는 2004년을 정점으로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지금 이대로 괜찮겠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이어 “그러나 인하대는 지난 3년간(2012-2014) 취업률 상위 4∼5위라는 실적을 올렸다”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인하대 대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최 총장이 말하는 대혁신이란 교과과정 개편, 입학정원 조정, 융합학과 신설 등이다.

 

인하대 측은 교내 구조조정 검토 과정에서 폐지나 축소가 거론되는 문과대학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최 총장이 오해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글을 써 이메일로 전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총장의 글은 그동안 풍문으로 돌던 구조조정 계획을 일정 부분 확인해준 셈이라 반발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 총장은 ‘교과과정 개편은 각 학과의 교과과정을 사회적 요구와 산업수요에 맞춰 개편한다는 뜻이며, 입학정원 조정은 경쟁력 있는 학과의 정원은 유지하고, 그 이외 학과의 정원은 사회의 요구와 산업수요가 있는 분야로 일부 조정할 예정이다. 

학과의 경쟁력은 졸업생 취업률, 교수 연구역량, 재학생 교과활동(전과율, 부전공 및 복수전공 등) 등을 기반으로 결정하고 취약한 학과의 정원을 줄일 방침이다’고 했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는 문과대학을 중심으로 교수진과 학생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문과대 교수회는 “문과대학의 정체성과 인문학의 본질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문과대 축소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학생들의 반발도 크다. 자신을 철학과라고 밝힌 한 학생은 “문과대 구조조정 검토과정에 학생도 논의의 주체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은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희생’을 ‘변화’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구조조정의 진위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최 총장은 “구체적 계획이 준비되는 대로 모든 구성원과 함께 구조조정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인하대 구조조정안으로는 국문·사학·중문학과 잔류, 영문·일문과 50% 이상 정원 감축, 불문·철학과 폐지 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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