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역사전쟁

제목 없음-1 사본.jpg
경기, 수원지역 종교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0월 14일 새누리당 경기도당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가 2017년부터 국정 체제로 전환된다.

 

2011년 검정 교과서로 완전히 바뀐 후 6년 만이다.

 

교육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 예고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제목 없음-2 사본.jpg
10월 15일 경기도의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합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 안’에 따르면 중학교는 역사교과서 1, 2와 역사지도서 1, 2 등 4권이, 고등학교는 한국사 1권만 국정으로 발행된다. 교육부는 국정 한국사 교과서의 이름을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정했다.

황 장관은 “역사교육의 출발점인 교과서를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정부가 책임져야 할 중요한 사명”이라며 “이념이 편향되지 않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다음 달 2일까지 해당 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이어 중·고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 고시 후 11월 중 교과서 집필진과 교과용 도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집필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집필이 완료된 교과서는 감수와 현장 적합성 검토를 거쳐 2017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 교육부는 역사 교육과 관련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국사편찬위원회를 책임 편찬기관으로 지정·위탁할 계획이다.

제목 없음-3 사본.jpg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10월 15일 경기도의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與 “친북 숙주” vs 野 “친일 미화” 불붙은 여론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확정되자, 여야 정치권은 정면충돌 양상에 돌입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역사교과서 문제가 이념 대립으로 비화되면서 여야가 당력을 집중, 사생결단에 나서면서 예산 국회를 앞두고 있는 향후 정국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현행 교과서의 좌편향과 왜곡 사례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면서 국정화 필요성에 대한 여론전을 벌였다.

 

김무성 대표는 “더이상 역사교과서가 편향된 특정집단의 전유물이나 이념적 정치공방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국민통합의 출발점이 되게 하자는 측면에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각을 세웠다.

 

 그는 특히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등을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들은 역사교과서 정상화를 친일독재 미화라고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은 친북과 반국가적 사상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들고 국민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좌편향 교과서가 친북 사상을 퍼뜨리는 숙주”라고 주장했다.

제목 없음-4 사본.jpg
10월 15일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교육위원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촉구 건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를 시도하며

양당 의원들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피켓시위를 하는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교과서 추진은 친일을 근대화라고 미화하는 친일교과서, 독재를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찬양하는 유신 교과서, 정권 입맛에 맞는 정권 맞춤형 교과서를 만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문 대표는 최고위를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두고 새누리당에 여야 대표·원내대표의 ‘2+2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이를 즉각 거부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한 가운데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의견 10만건 접수운동’을 비롯해 당 차원의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교원 단체도 ‘찬반충돌’ 

역사 논쟁을 둘러싼 교원 단체 간 의견 대립이 고조되면서 후폭풍도 일고 있다.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미래 세대와 현 세대의 올바른 역사관 함양을 위해 균형 잡힌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사실적 지식을 학습해야 해석적 지식과 비판적 지식이 확장되는데 그동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념갈등 논란이 많았다”면서 “역사학적 관점이 아닌 역사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과정을 통해 올바른 역사교육 내용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목 없음-5 사본.jpg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월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그동안 민간 출판사가 발행해온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2017년부터 국가가 발행하는 국정교과서로 결정한 배경과 추진계획등을 설명하고 있다
다만 교총은 교육 문제가 정치적·학문적 논쟁이나 이념적 대립·갈등으로 확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정성 있는 집필 기준을 마련하고 집필진 구성 시 각계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는 국정교과서가 독재정권 미화의 도구로 오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김석권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역사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해석과 평가의 반영이며 하나의 해석에 따른 하나의 교과서로 온전하게 학습 될 수 없는 것”이라며 “국정 교과서 확정은 친일과 독재에 대한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고 미래세대를 정권에 맹종하는 인간으로 교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교육을 지켜볼 수 없다”며 “학생들이 자율적·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른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방침은 유신시대로의 회귀라며 즉각 비판했다. 이 교육감은 이날 성명을 통해 “1974년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역사의 퇴행이며 역사교육의 파행을 초래하고 역사교육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적 차원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이어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자율권은 교육 자치의 선상에서 교육감에게 넘겨야 한다”면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17개 시도교육감 협의회와 함께 강력하게 저지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글=송우일기자 사진=김시범·오승현기자·연합뉴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