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학군 이기주의’… 상처받는 아이들

공공임대주택 인근 학교 피하려 위장 전입
‘하굣길 겹친다’ 별도 육교 설치 요구 민원도
전문가들 “잘못된 시민의식 개선 나서야”

인천 택지지구와 신도시 개발지역의 학교 관련 지역 이기주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학생 배정기준을 어기고 생활수준이 낮은 학군을 피하거나, 반대로 생활수준이 높은 학군으로 진입하려는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학부모들의 이 같은 학교 관련 지역 이기주의(학군 이기주의)는 결국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 학생들 가슴에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비수를 꽂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본보는 학군 이기주의에 대해 되짚어 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공공임대주택 인근 학교는 안돼!”

A 택지지구의 B 초등학교와 C 초등학교는 모두 30학급 규모로, 600여m 떨어진 거리에 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B 초교는 현재 42학급으로 운영돼 교실이 부족한 반면, C 초교는 학생 수가 부족해 6학급만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학부모들이 생활수준이 낮은 공공임대주택으로 둘러싸인 C 초교에 대해 교육 수준도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편견으로 배정을 기피한 데 따른 것이다.

 

D 택지지구의 E 초교와 F 초교, G 택지지구의 H 초교와 I 초교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E 초교 학부모들은 F 초교와 하굣길이 겹치는 것조차 문제 삼아 인근 도로에 육교를 별도로 설치해 달라는 억지 민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G 택지지구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이 인근에 있는 I 초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위장 전입까지 일삼고 있다.

 

F 초교의 한 학부모는 “가난한 학생은 공부도 못하고 불량하다는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이 F 초교를 다니는 학생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 걱정된다”며 “일부 학부모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 국제도시도 학군 이기주의 만연

청라국제도시 내 주민들은 접경지역인 가정공공주택지구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청라국제도시 학교로 배정되는 것을 반대하는 민원을 담당 교육지원청과 시교육청에 제기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지역의 학생이 배정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송도국제도시의 중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8.3명으로 인천 평균 33.8명을 크게 웃돌지만, 국제도시 외 지역 중학교로 배정되는 것을 주민들은 결사반대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비교적 생활수준이 높은 국제도시일수록 학군에 대한 애착이 강해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잘못된 시민의식 개선 위해 관계 당국 나서야

학군 이기주의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못된 시민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공임대주택에 살면 가난하다는 편견부터 가난한 학생과 어울리면 아이가 비뚤어질지도 모른다는 잘못된 생각 등이 학교와 관련된 지역 이기주의를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시민의식을 개선해야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와 시교육청 등 관계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 이기주의가 발생한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한다.

 

강희경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 관련 지역 이기주의는 기본적인 시민의식 부족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며 “지역 이기주의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거나 일어났을 경우, 관계 당국이 주민을 모아 적극적으로 설득을 하는 등 시민의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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