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놀라운 인생 이야기

저자 경험 바탕… 비극의 현장 담아

▲ 깡통반지

고향 체코의 한 기차역에 내린 한 노부인이 소녀 시절 그 마음의 눈으로 옛 광경을 더듬으며 한 걸음씩 내딛는다. 열렬히 사랑하는 유대인 부모가 있는 화목한 가정의 소중한 딸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전쟁은 소녀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늙어서 뒤늦게 찾아간 고향집 앞, 문 밖으로 나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현실에 주저 앉아 떠올린다. ‘그 모든 일이 어떻게 일어난 거였지….’

제2차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 1945년 전쟁 후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강제수용소가 해방되기까지, 무려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이 살해당했다. 이 극단적 광기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즈텐카 판틀로바의 이야기를 담은 <깡통 반지> (책이있는마을 刊)는 저자가 몇 십 년 만에 고향땅을 밟는 것으로 시작한다.

즈텐카는 자신이 인내한 고통을 소박하고 담담하게 전달, 끝없는 시련에 병약한 피해자가 아니라 그럼에도 인간적 존엄성을 간직한 자신을 드러내는 지점이 돋보인다. 이 같은 종류의 책은 가해자의 잔인성을 규탄하기 위해 피해자의 상흔을 매우 크게 부각시켜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영국 트라우마 센터 소장인 레노스 K 파파도파우러스 박사는 추천사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치료 목적으로 쓴 밑그림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자기진단을 통해 벼린 원숙한 숙고의 소산”이라고 평했다.

이 책은 또 전후 70여 년이 되어간다는 점에서 생존자가 쓴 마지막 책일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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