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이야기로 돌아온 장르 문학의 대가

스티븐 킹, 중편집 ‘별도 없는 한밤에’ ‘응징’ 주제로 한 네 편의 소설로 구성

장르 문학의 대가인 스티븐 킹이 중편집으로 돌아왔다.

<쇼생크 탈출> 의 <사계> 이후 근 30년 만에 출간된 스티븐 킹의 세 번째 중편집이다. <별도 없는 한밤에> (황금가지 刊)는 <1922>, <빅 드라이버> , <공정한 거래> , <행복한 결혼 생활> 네 편의 소설로 구성됐다. 킹의 소설답게 독특하면서도, 수위(?)가 높다.

스티븐 킹 스스로도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독하다”라고 할 정도로, ‘응징’이라는 통일된 주제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강렬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이 책은 지난 2010년 미국에 출간돼 그해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또 장르 문화의 시상인 브람스토커상 베스트 작품집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록된 개별의 작품은 그 장르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영화와 드라마도 제작되기도 했다.

중편집 수록작 <행복한 결혼 생활> 은 영화 <굿 메리지> (2014)로, 수록작 <빅 드라이버> 는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됐다.

첫 이야기 <1922>는 강한 서스펜스 작품이다. 어린 아들과 함께 아내를 살해한 남성의 처절한 몰락을 다뤘다. 실체 없는 유령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이 광기에 사로잡혀 파멸해 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렸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1980)의 원작이 된 킹의 소설과 비슷한 분위기다.

이어 <빅 드라이버> 는 한 여성 소설가의 복수극을 그린 작품이다. <미저리> 를 연상시키는 첫 장면의 그로테스크함. 후반에 이르는 충격적 복수의 결말은 독자에게 오싹함을 선사한다. 아직 잔류한 여름 무더위마저 가시게 한다.

▲ 별도 없는 한밤에

세 번째 작품 <공정한 거래> 는 말기 암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스트리터 앞에 생명을 연장해 주겠다며 나타난 의문의 남자와의 거래를 다룬 미스터리 작품이다. 전작 <담배 주식회사> 같은 기괴한 느낌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 은 ‘내 남편이 연쇄살인마라면?’ 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작품이다. 우연한 기회, 남편의 은밀한 비밀을 알게된 한 여성의 갈등과 두려움, 그리고 선택을 그렸다. 일상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불행을 상세한 서술과 치밀한 묘사로 흥미진진하게 풀었다.

<샌드맨> <그레이브야드> 의 작가 닐 가이먼(Neil Gaiman)은 추천사에서 “이 책에 담긴 네 편은 응징과 공모에 관한 것들이다”이라며 “또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범죄에 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스스로에게 세상을 합리화하는 방식과 세상에 대해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평을 남겼다. 값 1만5천원.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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