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나온 ‘정약용 하피첩’… 실학박물관이 못사나

유배중 아들에 보낸 서첩 추정가 최소 3억5천만원 박물관 예산없어 ‘발동동’

▲ 다산 정약용이 유배중에 쓴 ‘하피첩’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의 보물 ‘하피첩’(霞帖)이 경매에 부쳐지는 가운데 경기도 실학박물관이 이를 구입할 예산이 부족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8일 경기문화재단과 실학박물관 등에 따르면 오는 14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열리는 ‘고서경매-책의 기운 문자의 향기’에 보물 제1683-2호로 지정된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이 나온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2011년 비리 사건으로 파산한 부산제2저축은행 전 대표로부터 압수해 보유하고 있었다.

하피첩은 정약용이 유배 생활 중 아내 홍혜완으로부터 시집올 때 입었던 다홍치마를 받아 1807~1809년 두 아들에게 삶의 지침을 친필로 적어 보낸 서첩이다. 홍씨의 애틋한 사랑과 자녀에 대한 아버지 정약용의 철학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보물로, 완벽하게 보존된 희귀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학박물관이 하피첩 구입을 타진하고 있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년째 소장품 구입 예산이 ‘0’인 상황에서 하피첩 경매 추정가는 3억5천만~5억5천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이필구)가 3억원 예산 지원을 발표했지만 이도 경매 최소가에서 5천만원이나 모자라는 상황이다.

전국 유일 ‘실학’ 박물관은 전시품 중 70~80% 가량이 복제품일 정도로 소장품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하피첩 같은 보물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소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시업 실학박물관 관장은 “개인의 서랍에 넣어둘 것이 아니라 국민이 모두 함께 보고 배우고 즐겨야 하는 보물”이라며 “경매 낙찰가를 조금 늦게 치르더라도 최대한 실학박물관이 낙찰 받을 수 있도록 논의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하피첩은 만인에게 경계가 될 만한 내용에 보존상태도 뛰어나 국보급인데 개인이 소유했다가 외국에라도 유출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실학박물관, 문화재청, 정부 등 공공이 소유해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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