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바리공주 등 집중 분석 한국신화의 의미 사회문화적 해석
“사람들에게 신화에 대해 물어보면 대체로 두 가지 답변으로 압축된다. 하나는 ‘신성한 이야기’, 다른 하나는 ‘황당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어느 쪽도 아니다.”
<한국신화의 이해> (시루 刊)를 펴낸 저자 이경덕은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 같이 도발한다. 뇌는 즉각 대응한다. ‘그렇다면 신화가 뭔데’에 이어 ‘바쁜 현대인이 굳이 신화를 알아야 이유가 있나’까지 물음표가 줄을 선다. 만약 당신의 머릿 속도 이러하다면, 이 책을 읽을 만 하다. 한국신화의>
저자는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종교 문화와 신화 등을 주제로 연구 및 강의를 하고 있다.
특히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 ,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 <길 위에서 마주친 우리 문화> 등을 펴내며 ‘신화=그리스ㆍ로마’라는 대중의 보편적 인식을 깨고 동아시아의 신화를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길> 우리> 역사와>
이번에 출간한 <한국신화의 이해> 역시 같은 행보로 보인다. 표제는 딱딱하지만 내용은 말랑말랑한 편이다. 책은 신화를 오래된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세월 인류의 정신문화가 투영된 결과물로 정의하고 고대에 국한된 것이 아닌 현재와 미래까지 이어져 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국신화의>
이어 2장에서 단군신화를 중심으로 한국신화와 샤머니즘을 살핀다. 단군신화 중 곰과 호랑이를 환웅이 세운 청동기 문화의 도시국가에 살고 싶은 신석기 사람으로 분석하고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DNA 변화가 아닌 새로운 국가의 시민이 되고 싶다는 희망으로 풀이하는 등 일반인도 쉽게 신화 다시보기가 가능토록 이끈다.
3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신화인 바리공주를 집중 분석하고 4장에서는 운명, 생명, 죽음 등 여러 주제를 갖고 있는 신화들을 간단한 설명과 함께 펼쳐 놓았다. 이 부분에서 깊이감과 무게감이 부족해 아쉽지만, 우리나라 신화에 대해 이제 막 관심 갖기 시작한 독자에게는 충분한 만족감을 안길 만 하다.
신화에 관심갖고 읽어야 할 이유를 책에서 인용하자면 이렇다.
“신화가 ‘인간 정신의 산물’이라는 모두가 인정하는 관점에서 볼 때, 신화를 통해 인간 정신이 엮어낸 변화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한 시대와 사회를 읽어내는 힘이 신화에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신화는 고대적 기념비가 아니기에 그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의 삶이나 사회와 접촉을 하는지 살펴볼 때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신화를 살펴보고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값 1만3천900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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