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몰래 매설한 목함지뢰를 밟은 하재헌 하사는 오른쪽 다리 무릎 위와 왼쪽 다리 무릎 아래쪽을 잘랐다. 함께 수색작전을 하던 김정원 하사도 목함지뢰 폭발로 오른쪽 발목을 절단했다. 다리를 붕대로 감고 병상에 누운 이들의 모습은 지뢰가 얼마나 잔인한 살상무기인지 새삼 일깨워줬다.
지뢰는 사람의 발가락이나 발목, 다리를 절단시키는 야만적인 무기다. 화생방 무기를 제외하면 가장 잔인한 무기다. 지뢰는 적군과 아군, 민간인을 구분하지 못한다. DMZ에는 이런 지뢰가 100만발 이상 매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군이 6ㆍ25전쟁 때 한반도로 들여온 지뢰는 10만여 발이다.
남북한 군대가 휴전 협정 후 62년 동안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10배 넘게 늘어났다. 북쪽 DMZ에 북한이 매설한 지뢰는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또 북한 지뢰는 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용 장비로 탐지하기 어렵다. 목재와 플라스틱 등 비금속 지뢰이기 때문이다.
지뢰는 DMZ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공기지 같은 후방 지역 군사시설 주변에도 유사시에 대비해 매설했다. 호우나 산사태가 발생하면 유실되기도 한다
. 군사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민간인이 지뢰를 밟아 다치는 원인이다. 지뢰금지국제운동(ICBL) 한국지부인 ‘평화나눔회’는 6ㆍ25 전쟁 이후 지뢰 피해 민간인을 총 462명으로 파악했다. 정부는 올해 4월 민간인 지뢰폭발 피해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골자로 하는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들어가 피해 신청을 받고 있다.
지뢰는 가장 비인도적인 무기로 분류돼 지뢰 사용을 금지하는 ‘대인지뢰금지협약’(일명 오타와 협약)이 1999년 발효됐다. 160여 개국이 이 협약에 가입했다. 그러나 남북한과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동참을 안한 상태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더 이상 대인지뢰를 생산ㆍ구매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한반도는 예외로 뒀다.
예고 없이 생명을 앗아가는 지뢰의 피해와 위험은 한반도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뢰 문제를 한반도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필수다. 얼마 전 합의한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 1항엔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돼 있다. 지뢰 문제도 회담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남북한이 DMZ 내 지뢰 제거에 대해서도 적극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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