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가 도발 우려 화천 주민 대피…각종 행사 줄줄이 취소

"북한의 추가 도발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강원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이틀째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21일 오후 군 당국이 양구 지역에 배치된 구형 대포병레이더에 이상궤적이 포착돼 분석작업에 돌입하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부 접경지역은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안전 차원에서 주민들을 우선 대피시키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간인통제지역(민통선)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안보관광지는 이틀째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 추가 도발 우려 주민 대피…민통선 제한적 '영농'

화천군은 21일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한 주민 안전 차원에서 880여명의 주민들을 모두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고 있다.

군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주민 대피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피 중인 마을은 상서면 마현리와 산양1∼3리, 신읍1리 등 5곳이다.

해당 마을 이장은 주민 안내 방송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에 대비해 대피하니, 주민들은 간단한 침구류를 챙겨 집결 장소로 이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화천군 주민들의 대피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날 오후 양구 지역에서 비행물체의 이상궤적이 포착돼 군 당국이 분석 중인 것과 관련이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늘 강원도 양구 지역에 배치된 구형 대포병레이더에 이상궤적이 포착돼 해당 부대에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물체의 궤적은 전날 북한이 경기도 연천 지역으로 발사한 14.5㎜ 고사포탄과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북한군의 포격 도발이 있었던 경기 연천과 인접한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주민 50여명은 북한의 도발 직후인 20일 오후 인근의 안전지대로 대피했다가 밤늦게 귀가했으나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차분함을 유지하며 영농 활동을 하고 있으나, 언제 다시 대피령이 내려질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21일 오후 5시까지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탓에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안석호(74) 김화읍 유곡리 이장은 "어제 군부대에서 주민 대피를 요청했는데, 대피소가 너무 멀어서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대부분 집에 있었다"며 "수십 년째 똑같은 상황이 반복돼 이제는 일상이 됐지만 여전히 일손이 잘 안 잡힌다"고 말했다.

논이나 밭 등 농경지를 민통선 안에 둔 접경지역 주민들은 이날 상품 출하 등을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농경지 출입이 허용돼 불편을 겪기도 했다.

장성권 고성군 명파리 이장도 "군부대에서 어제 외출 자제에 이어 오늘 아침에는 영농 출입 자제 요청을 받았다"며 "주민들도 긴장 속에서 별일 없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남북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자 군 당국도 최전방부대의 경계태세를 최고 단계로 높였다.

또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신속한 대피에 차질이 없도록 해당 주민들에게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도내 5개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피소 등 안전시설을 점검했다.

◇ 안보관광지 운영 '중단'…체육행사·축제 줄줄이 취소

도내 접경지역 안보관광지는 북한의 도발 이후 이틀째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철원 제2땅굴과 평화전망대, 양구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 고성 통일전망대, 강원 DMZ 박물관 등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적막감만 감돌았다.

고성 남북출입사무소(CIQ)도 직원을 철수시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양구 을지전망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일부터 군부대에서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며 "이날 아침에도 1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가 되돌아갔다"고 전했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찾아온 한 관광객은 "북한이 포격 도발한 경기 연천에서 왔는데, 동해안 안보관광지까지 통제될 줄은 미처 몰랐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주말·휴일 접경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체육행사와 축제도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취소되거나 잠정 연기됐다.

철원군은 22∼23일 예정됐던 '제1회 철원 DMZ 자전거대회'를 전면 취소했다.

또 양구군은 23일 개최 예정된 제12회 청춘 양구 DMZ 마라톤대회를 잠정 연기했다.

이 행사의 마라톤 코스가 민통선 지역인 방산면 두타연 일원이어서 대회 참가 신청자들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양구군은 밝혔다.

한편 강원도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일선 시·군에 비상 태세를 강화하도록 했다.

또 인제·고성·철원·양구·화천 등 도내 5개 접경지역 경찰서도 유사시 112 타격대 출동 등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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