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연천군 중면 지하대피소 주민 60여명 “훈련인가 했는데… 아직도 얼떨떨”

▲ 정대전 기자

20일 오후 7시30분께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긴급 대피령이 내려진 연천군 중면 면사무소. 면사무소 한켠에 위치한 지하대피소 현관을 열고 지하로 향하는 계단으로 들어서자 퀴퀴한 물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후텁지근한 공기로 가득 차 있는 60여㎡ 규모의 지하대피소에는 긴급 안내 방송을 듣고 대피한 삼곶리 주민 60여 명이 은색 돗자리 위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빵과 우유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빵과 우유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실시간 뉴스가 흘러나오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또 갑작스런 북의 도발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어온 친인척들에게 ‘아무 일 없다’고 소식을 전하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군사 접경 지역인 만큼 평소에도 포탄 소리를 들어왔던 주민들 대부분은 북의 포격 도발에 대해 실감하지 못한 채 얼떨떨해하는 모습이었다.

삼곶리 주민 박점규씨(68)는 “포탄 소리를 수차례 듣긴 했지만 평소와 다름 없이 군사훈련이 있다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만 생각했다”라며 “긴급 대피방송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북의 도발 소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포격 도발로 군사 접경지역 인근 농지의 출입이 제한됨에 따라 농사일에 대해 걱정을 털어놓는 농민도 있었다.

박영관씨(61)는 “삼곶리에서 벼와 콩, 오이, 고추 등의 농사를 짓고 있는데, 포격 도발로 출입을 못하게 된 농지가 전체의 70%가 넘는다”라며 “지금 농사일 걱정할 때가 아니긴 하지만 장기화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더 큰 사태로 번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곰팡이 냄새 가득한 대피소로 몸을 피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천=정대전ㆍ박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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