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는 그 다용도적 편리함에 우선하여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인천시가 막대한 돈을 들여 구입한 신형 소방헬기가 운항 2년여 밖에 안 됐는데도 고장이 잦아 안전운항을 위협,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인천시가 소방본부에 배치한 헬기는 이탈리아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사의 AW-139와 미 벨사가 제작한 벨 200기종 등 2대다.
그중 미 벨사의 헬기는 개발된 지 수 십 년 된 구형 기체로 기능이 떨어지고 항속 거리도 짧아 백령도까지 비행할 수 없어 있으나 마나다. 반면 지난 2013년 178억 원을 들여 구입한 이탈리아의 신형 AW-139 소방헬기는 항속 거리가 798㎞에 달해 백령도 등 도서지역과 인천 전 지역 운항이 가능해 긴급 재난구조 등 임무를 도맡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이 헬기는 운항한지 불과 2년여 만에 고장이 잦아 긴급 출동을 못하는 예가 많다. 지난 7일엔 야간비행 때 계기판을 밝히는 전자장비에 이상이 생겨 야간비행이 중단된 상태다. 인천시는 이탈리아 현지에 새 부품을 요청했지만, 부품이 도착해 수리를 끝내려면 적어도 1~2주가량 걸리게 된다. 그동안 백령도 등 섬 지역에서 야간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구차하게 해경 등에 헬기 지원을 요청해야 할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엔 헬기의 전반적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전자장비 고장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아 수리기간 중 운항을 중단해야 했다. 이런 사태가 언제 또 일어날지 몰라 불안하다. 인천시는 헬기의 잇단 고장에 대해 여름철 높은 습도와 해풍에 섞인 염분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자장비 구성 비율이 높은 신형 헬기 특성상 이런 요소들이 고장의 원인이라는 거다.
하지만 해경안전본부가 인천시보다 2~4년 먼저 구입한 같은 기종 2대는 잦은 해상 비행에도 불구하고 운항이 중단될 정도의 고장은 없었다. 해경의 한 헬기 조종사는 헬기 전자장비가 습도와 해풍 염분에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신의 조종 경력 6년 동안 운항을 중단할 정도로 전자장비가 고장 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제의 신형 헬기가 구입 때부터 불량 기체는 아닌지, 또 구입 후 정비 미흡이나 조작 미숙은 없는지 다각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도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번 헬기 운항중단 사태는 결함이 아닌 가벼운 고장 때문이라고 치부했다. 작은 고장도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한 위험한 생각이다. 고장이 잦다면 어딘가 사고위험 요소가 있다고 의심해야 한다. 헬기의 1백% 완벽한 안정성 확보를 위해 근본적인 정비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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