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병가지상사

김동수 정치부 차장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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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헌종(憲宗)때의 일이다. 그는 국운이 쇠퇴한 어지러운 때 즉위했다. 그러나 개혁에 대한 의지는 남달랐다. 한 장수가 회서(淮西)지방의 절도사 오원제(吳元濟)와 싸움에 패했다. 신하들은 이 싸움을 더해서는 안 된다며 말렸다.

하지만 헌종은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로 이를 거부했다. “싸움을 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일.

한번 패했다고 해서 포기해 버린다면 더 큰 뜻을 이룰 수 없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이런 시간들을 거친 후 당나라는 한때나마 중흥기를 맞이했다. 일을 하다보면 좌절과 희망, 승리와 패배 등 이런저런 일이 있을 수 있다. 사람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병가지상사’는 추후 되풀이하지 말라는 전제가 있다.

최근 경기도청 공직계에 눈여겨 볼 만한 법원 판결이 있다. 도가 해임처분한 K사무관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2013년 12월 해임됐다. 항명과 품위유지 손상죄가 이유다. 당시 그는 대학업무를 담당했다. 모 대학 보조금 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도 이 시점이다. 이 사안은 곧바로 윗선에 보고됐다. 하지만 함구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덮어둘 수 없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그러던 차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사실을 오픈했다. 이후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해임이었다. 이후 K사무관은 1년6개월 이상 법적투쟁에 나섰다. 그 사이 자신은 물론 아내까지 가정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렇지만 너무 억울했기에 그냥 덮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런 진실이 통했던지 1ㆍ2심 법원은 그에게 손을 들어줬다. 이어 도가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최종 승소가 확정됐다. 사건일지는 대충 이렇다.

K사무관 또한 문제가 없는 게 아닐 듯싶다. “오죽 그랬으면…”는 주위 말도 그냥 쉬이 넘어갈 게 아니다. 조직에 몸담은 이상 충성과 헌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해임사건은 이제 일단락됐다.

해임처분이 잘못으로 판명된 이상, 도는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복직은 됐지만 그는 아직도 사무관직에 걸맞는 업무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 기능직이 담당하는 차량과적단속 업무에 투입돼 있다.

아까운 혈세가 낭비되는 현장이다. 걸맞는 직과 위안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함께 잘해보자는 ‘경기연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수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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