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메르스 사태’ 사실상 종식

대한민국, 불신·공포의 두 달

▲ 지난 7월 6일 메르스로 발생으로 인해 자진폐쇄에 들어갔다 38일만에 재개원한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20일 첫 감염환자가 발생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 그동안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국민의 불안감이 날로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등 미숙한 모습을 보였으며, 대부분의 환자가 병원내 감염으로 발생하면서 병원의 감염병 관리 실태 역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됐다.

메르스 초기 대응 엇박자 ‘정부 불신’ 자초

정부당국은 대처는커녕 ‘우왕좌왕’ 혼란만 가중시키면서 국민들은 불안감을 넘어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까지 자초했다.

특히 학교 휴업 문제를 둘러싸고 교육부는 학교장이 교육청 및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적극적인 예방차원에서 휴업을 결정토록 한 반면, 보건복지부는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라며 엇박자를 냈다.

또 3차 감염자 발생 이후 관리체계를 강화한다던 정부당국의 방역망도 허술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첫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도내 한 종합병원의 의료진 50여명을 자가 격리했다고 밝혔으나 격리는 커녕 환자까지 돌보고 있었다.

감염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면역력이 떨어진 일반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자유롭게 출·퇴근하며 격리 장소 외 지역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사망자가 감염이 확정되기 전 2~3일간 출근했던 도내 한 버스업체와 인근지역 역시 별도의 방역작업과 역학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감염환자와 밀접 접촉, 자가격리 중이던 50대 여성이 지난 2일 남편과 집을 나와 전북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도 알려졌다.

평택 성모병원 강제 퇴원 조치가 메르스 ‘화’ 키워

메르스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됐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 성모병원의 일반 환자들을 뒤늦게 강제퇴원 조치,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메르스는 전염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단시간에 빠른 속도로 환자가 증가했지만, 보건당국은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유행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안일한 대처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는 5월 28일 오후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 성모병원의 일반 환자 40여명을 강제퇴원조치했다.

병원 관계자는 “산부인과 병동을 제외한 일반병동 환자에 대해서만 강제퇴원 조치를 하라는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퇴원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메르스 감염자들이 타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강제 퇴원 후 자체적으로 이동하면서 확진자 역시 급증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예방을 위해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의사 4명 및 간호사 27명이 자가격리대상이 되면서 의료공백이 불가피, 일반 환자들의 컨디션에 따라 부득이하게 퇴원을 권유했다”면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주변 병원의 강력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지역보건소의 협조를 받아 전원 조치에 힘 쓰는 중이다.

그리고 당장 이송이 불가능한 중환자들은 이송지가 확정될 때까지 잔류한 의료진들이 진료를 지속키로 했다”고 밝혔다.

▲ 1 황교안 국무총리가 7월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을 방문해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2 황교안 국무총리가 7월 9일 오후 서울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을 방문해 격려문구를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3 6월 2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지방경찰청에서 메르스 여파로 발생한 혈액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도우미로 나선 경찰들이 헌혈을 하고 있다 4 6월 29일 부산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를 치료하는 한 병원에보낸 격려편지 5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지난 6월 12일까지 휴업했다 6월 15일 오전 정상 수업을 재개한 경기도 평택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이 체온을 측정한 후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의료진·환자에 응원 메시지… 메르스보다 강한 ‘감동 바이러스’

의료진과 환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역사회 등의 격려도 이어졌다.

수원시 주민자치위원회와 수원시 새마을회 등은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성빈센트병원, 아주대병원, 이춘택병원, 동수원병원 등 지역 내 국민안심병원 주변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격려의 글을 남겼다.

해당 현수막에는 “진정 당신이 애국자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메르스로 고생하시는 당신곁에 우리가 늘 함께합니다” 등 의료진과 메르스 입원 환자 등을 격려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성남시에 살고 있는 7세 ‘꼬마 메르스 영웅’에게도 영국에서 격려의 선물이 도착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10살 어린이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는 등 격리병동에서 6차례 검사를 받은 끝에 퇴원한 ‘꼬마 영웅’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받은 생일선물을 직접 소포로 성남시장실에 보내온 것이다.

이 아이의 엄마는 편지에서 “어제 생일이었던 아들이 선물로 받은 레고 장난감을 하나 내어 놓더니 힘든 시간을 보냈을 성남의 아이에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며 “크거나 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멀리 영국에서 작은 마음을 보내니 아이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송우일 기자 사진=김시범·전형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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