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호투했지만 7월 들어 하락세 구속 올리고 제구력에 신중 기해야
프로야구 다승 선두인 좌완 유희관(두산)은 느린 공을 구사하는 탓에 ‘느림의 미학’이라 불린다.
유희관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5㎞로 다른 투수들의 슬라이더와 비슷한 속도다. 하지만 좌우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제구력과 더 느린 변화구를 함께 섞는 다양한 볼 배합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28일 현재 12승(3패)으로 다승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올해 1군 무대에 진입한 kt wiz에도 비슷한 유형의 선수가 있다. 토종 투수로는 유일하게 개막 후 줄곧 선발로 나서고 있는 정대현(24)이다. 정대현 역시 직구 최고 구속이 140㎞에 못 미치고, 좌완에 100㎞ 미만의 변화구로 타자들을 상대한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정대현은 지난해까지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010년 프로 데뷔 후 두산에서 보낸 5시즌 동안 남긴 성적은 2승3패(59경기ㆍ평균자책점 7.57)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특별지명을 통해 kt로 이적했고, 많은 등판 기회를 얻으면서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 시즌 4승(8패) 평균자책점 4.15로 팀 내 선발 가운데 크리스 옥스프링(7승8패ㆍ평균자책점 3.90)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5ㆍ6월까지 호투하던 정대현은 7월 들어 등판한 4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8.10을 기록했다. 선발투수 지속성의 지표인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것)도 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로 제구력 난조에 따라 투구가 들쑥날쑥이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발 임무를 맡아 한 시즌을 풀로 보내고 있는 정대현으로서는 체력적인 부담도 문제다. 때문에 조범현 kt 감독도 그동안 정대현의 등판 간격에 많은 신경을 써왔으나 이제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직구 최고 구속을 조금 더 올리고, 제구에 보다 신중을 기할 것을 조언한다.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은 “정대현은 유희관에 비해 종속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면서 “직구 구속을 140㎞ 가까이 올리고, 제구에 보다 신경을 쓴다면 지금보다 좋은 투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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