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간 쌀 남아도는데 ‘밥쌀 수입’ 웬말”… 農·政 정면충돌 위기

정부, 밥쌀 포함 4만여t 구매

국내 쌀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가 밥쌀용 쌀을 입찰할 방침을 밝히자 농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농민단체들은 쌀 재고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밥쌀용 쌀의 수입은 쌀 가격 폭락은 물론 쌀 주권마저 위태롭게 한다며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오는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밥쌀 3만t을 포함, 수입할 저율관세할당(TRQ) 쌀 4만1천t에 대해 구매 입찰한다. 지난 2005년부터 20년간 관세화 유예로 발생한 시장접근물량 40만8천700t에 대해서는 5%의 관세율로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쌀 협상에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면서 밥쌀용 30% 수입 의무를 양허표에 명문화했다. 이로써 지난 2005년부터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 물량으로 해마다 쌀 40만8천700t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70%인 28만여t이 가공용, 30%인 13만여t이 밥쌀용이다.

정부는 수입될 밥쌀용 쌀은 종전처럼 대형마트 등 일반 소매점에서 가정용으로는 거의 유통되지 않고 주로 음식점과 단체급식 등에 쓰인다면서 농민 측을 달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서 쌀 관세율 513%가 너무 높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라, 이를 지켜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밥쌀용 쌀을 일부 수입해야 한다”면서 “국내 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 되도록 판매 시기와 물량을 적절하게 조절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단체 측에서는 정부가 올해부터 의무수입물량을 폐지키로 해놓고 이제 와서 WTO 측에 협상카드를 내주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홍안나 전국농민회 총연맹 경기도연맹 부장은 “정부가 올해부터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 513%의 관세율과 밥쌀 의무수입물량 폐지를 약속해 놓고, 농민들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밥쌀용 쌀 수입을 예고했다”면서 “쌀 소비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외국산 밥쌀용 쌀의 수입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특히 농민단체들은 쌀 재고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밥쌀 수입은 쌀값 폭락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소매업체별 쌀 판매량은 2012년산 29만3천894t, 2013년산 26만7천174t, 2014년산 25만5천593t 등으로 매년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경기지역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오는 31일 정부의 밥쌀 수입을 규탄하는 전국농민대회를 여는 등 밥쌀 수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전국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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