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외길… 한금택 사무관 ‘애도 물결’

인천 서구청 비보에 충격 후배 챙기던 모습 선한데…중국행이 마지막 될줄이야
한과장 사고 숨진 다음날 소방관 합격 아들 눈물만

▲ 침통한 피해자 가족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서 발생한 한국 공무원 버스 추락 사고의 피해자 가족이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사고현장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수원 파견 전날에도 늦게까지 남아 후배들 업무를 챙겨주셨는데…믿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1일 중국 지린성에서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연수원 5급 중견리더과정 연수생을 태운 버스 추락사고로 숨진 한금택 전 노인장애인복지과장(55·사무관)이 근무했던 인천 서구청 직원과 유가족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충격에 빠졌다.

특히 고(故) 한 과장이 사망한 다음 날 둘째 아들(25)이 소방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2일 오전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비보를 듣고 중국에 가기 위해 어머니·형과 함께 인천시청 민원실을 방문했을 때 최종 합격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누구보다 기뻐할 아버지에게 합격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된 아들은 비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불과 하루 차이로 ‘합격 소식’을 전하지 못한 아들은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부축하고 아무 말 없이 발길을 돌렸다.

한 과장은 1985년 ‘필경사’ 업무를 맡아 일용직으로 공직 사회에 발을 들였다. 이어 1990년 일반행정 9급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고 이후 27년 만인 2012년 2월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사무관 승진 후 인천 청라국제도시 내 청라 1동 주민지원센터 동장으로 부임해 2년 넘게 일했다.

한 과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터득한 노련함으로 청라국제도시 내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시기에 각종 주민 민원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원만하게 해결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8월 서구 노인장애인복지과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번 연수를 갔다가 변을 당했다. 서구 노인장애인복지과의 한 직원은 “표정이 힘들어 보이는 직원에게는 농담을 건네 웃음을 줬고, 야근하는 직원도 매일 격려해 주시던 자상하고 인품이 훌륭한 분이었다”며 울먹였다.

강범석 서구청장은 “업무에 워낙 능통한 분이어서 교육연수를 가겠다고 했을 때 만류했다”며 “격무에 고생하고 건강도 악화해 잠시 업무를 떠나 있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교육연수 참가를 허용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유족은 이날 한 과장의 시신이 안치된 중국 지린성 병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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