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섬지역 식수 고갈, 당국은 뭘 하고 있나

고질적 늑장행정이 또 말썽이다. 최악의 가뭄사태가 지속되면서 인천 9개 섬지역의 지하수가 고갈돼 주민들이 겪는 식수난 고통이 심각하다. 논밭이 타들어가면서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인데 먹는 물까지 바닥났으니 사막을 연상케 한다. 섬 주민들의 생활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데도 인천상수도사업본부의 느림보 행정 때문에 주민들의 목 타는 고통을 신속하게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공무원들의 늑장 직무행태가 한심스럽기만 하다.

어느 사업이든 완급에 따라 우선순위가 있게 마련이다.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섬 지역에서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가 오랜 가뭄으로 고갈됐다면 식수원 개발 사업이야말로 그 어느 것보다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상수도사업본부의 긴급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가뭄이 시작된 지 9개월여가 지난 지금 겨우 시동을 건 상태다.

인천상수도사업본부는 올해 13억 원을 들여 도서지역 식수원 개발 사업과 소규모 수로개량 사업 계획을 세워놓기는 했다. 그러나 굼뜨기만 한 행정으로 섬 주민들이 극심한 식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제야 겨우 굴착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끝내고 조달입찰로 시공업체를 선정 중이다. 긴급 대응능력 부족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인천시의 상황인식 결여도 문제다. 상수도사업본부가 올해 수중모터펌프 교체와 누수 수리비로 6억6천만 원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시가 추경 편성에서 이를 전액 삭감했다. 수중모터펌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관정을 사용할 수 없고, 누수가 생길 경우 식수로 사용하기 어렵다. 무엇이 급하고 꼭 필요한지도 모르는 시의 판단능력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사업 시행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식수원 개발 사업이 2013년 옹진군에서 시로 이관되면서 지역별 수의계약 체계가 사업 전체를 일괄 발주하는 입찰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럴듯한 핑계 같지만 시각을 다투는 절박한 식수원 개발 사업 지연이 행정절차 때문이라는 건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관료사회의 악폐 중 하나로 경직성을 꼽고 있지만 이거야말로 공직사회의 고질적 동맥경화증의 표본으로 우리가 단연코 배척해야 할 폐습이 아닐 수 없다. 섬 지역 식수난은 인천에서 배로 물을 날라야 할 만큼 심각하다. 그렇다면 당국이 모든 일 제쳐놓고 신속 대처해야 하거늘 일반사업처럼 느려터지게 대응하고 있으니 분통 터질 일이다. 당국은 하루속히 섬 주민들의 고통해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세금을 내는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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