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면허 소지자에 대한 적성검사가 형식적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운전면허 소지자에 대한 정기 적성검사는 도로교통법에 따른 의무사항이다. 안전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운전 자체가 운전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13년 적성검사를 간소화하면서 면허시험장에서 직접 실시하던 신체검사 중 거의 모든 종목의 질병에 대해 수검자 자신이 작성토록하고 단지 시력에 대해서만 검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적성검사 과정에서 수검자의 정신질환 및 신체장애 등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1분만에 끝나는 시력검사(검사료 5천원)는 경찰공제회 소속 의원급 의료기관(의사 1명)이 장기간 독점,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운전면허시험장의 경우 지난 1987년 개장 이후 28년간 경찰공제회에서 독점하고 있다. 그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도로교통법상 운전 결격자는 정신병자·정신 미약자·간질병자와 마약 또는 알코올 중독자·앞 못 보는 사람 등으로 지방경찰청장은 반드시 이들의 운전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1종보통면허 소지자의 경우 정기 적성검사 주기는 10년이다. 이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수검자의 결격사유 여부를 허술한 적성검사 때문에 즉시 확인할 수 없는 거다. 물론 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결격자의 검진결과를 통보받기는 하나 통보받기까지의 공백 기간이 허점이다.
만약 그 사이에 부적합 판정자가 운전대를 잡는다면 잠재된 위험성을 안고 길에 뛰어 드는 거나 다름없다. 발작에 의한 광란질주 등 대형 참사 위험이 따른다. 적성검사는 속도예측·거리지각검사 등 지각운동 요인과 지적능력 요인·사회성과 정서성 등을 검사, 적응능력을 측정하는 검사다. 그런데도 이를 수검자의 자진 작성에 맡기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보복·난폭운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적성검사의 허술한 행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의료계에선 보복운전은 분노조절을 하지 못해 드러나는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대한정신건강의학회 조사결과 분노조절 장애 10명 중 1명이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분노조절을 못해서 사소한 시비가 보복운전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국에선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분노를 얼마나 조절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까지 등장했다. 우리도 이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교통안전을 위해선 적성검사를 실효성 있게 대폭 보완하고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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