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승부조작, 코트는 ‘망연자실’

전창진 감독 입건… 농구계 충격 KGC인삼공사 “너무 혼란스러워”
전 감독측, 변호인 통해 혐의 부인

전창진(52)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입건되면서 프로농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 감독의 지시를 받고 수차례에 걸쳐 사설 스포츠토토에 3억원을 걸고 도박을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도박 등)로 브로커 2명을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전 감독은 부산 kt 지휘봉을 잡던 지난 2월과 3월 베팅한 경기 후반에 후보 선수들을 투입해 일부러 패배를 유도하는 수법으로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이 같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지 불과 2년 만에 터진 일이라 충격이 더 하다. 스타 선수 출신인 강 전 감독의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농구계는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신고 시스템도 갖추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프로농구가 여전히 승부조작 파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드러나면서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위기에 놓였다. 농구계 한 관계자는 “한국 농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인삼공사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인삼공사는 지난달 전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다음 시즌 우승을 향한 야심찬 행보를 보였다. 전 감독도 부임 당시 “반드시 안양에 우승을 선물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약 한 달 만에 이 같은 청사진은 어그러질 상황에 처했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며 “아직 혐의가 입증된 것이 아닌 만큼 경찰 조사 결과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전 감독은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 감독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강남은 이날 인삼공사에 보낸 문서에서 “전창진 감독은 승부를 조작한 사실도, 불법 스포츠토토에 거액을 베팅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속된 브로커와는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돈을 빌려 준 사실이 있을 뿐 그가 불법 도박을 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또 “브로커가 소개해준 사채업자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3억원을 빌려 바로 계좌로 송금한 사실이 있을 뿐 브로커의 불법 도박 사실은 알지 못 했다”고 덧붙이면서 “전 감독에 대한 조사도 없이 일부 진술에만 의존한 짜맞추기식 수사에 대해 엄중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차명계좌와 관련자들의 진술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 감독이 사채업자로부터 3억원을 빌려 브로커들을 시켜 베팅, 수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6월 초 전 감독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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