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그 후 65년… 끝나지 않은 恨의 기억들

6·25 참전용사의 생생한 육필수기 “다시는 전쟁 없길 바라며 출간”

▲ 녹슨 파편의 사연들  이야기너머 刊

“핏발 선 눈으로 잃은 가족을 찾느라 미친 듯 소리 지르며 틈새 없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사람, 잃어버린 자식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어버이, 가족 잃고 겁에 질려 울어대는 어린 아이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고, 귀를 막고 싶은 광경이다.

절규가 고함을 삼키고, 두려움과 절망이 눈물과 함께 넘쳐흐르는 아비규환의 지옥을 보면서 내가 겪고 있는 총탄 밑의 지옥 외에 또 하나의 생지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그리고 노인이나 병자는 그들대로 이토록 가혹한 형벌을 받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통일이 정녕 이 길밖에는 없다는 것인가? 전쟁이 끝나면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이 온단 말인가?”

백대현 옹(86세, 군포시 당동)이 2015년에 호출한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의 참상이다.

인천에서 태어난 저자 백씨는 21세의 나이로 군에 입대한지 40일, 자대에 배치 받은 지 단 하루 만에 625를 만났다.

그로부터 2년 2개월, 후방으로 전출되는 날까지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며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전선에서 운명의 날들을 보내야 했다. 1973년 퇴역하고 1985년까지 미국의 민간 군사업체 빈넬에서 탄약담당관으로 근무한 그는 평생 불쑥 떠오르는 전장(戰場)의 실상을 가슴 깊은 곳으로 밀어내며 저항했다.

그러던 어느날, 두 아들의 ROTC 입소식을 계기로 오랜 기억을 재생시킨다. 천천히,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60년 세월을 뛰어 넘어 20대로 돌아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기록했다. 원고지 2천매를 훌쩍 넘어선 육필원고는 ‘머리 아닌 몸에 새긴 기억이 오래간다’는 것을 증언한다.

그 생생한 기록은 책 <녹슨 파편의 사연들> (이야기너머 刊)로 완성됐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른 가혹한 한국전쟁.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알지만, 기억하려는 사람은 흔치 않은 슬픈 역사. 참전용사였던 저자는 왜 이것을 기록했을까. 여든을 넘긴 노인은 왜 그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렸을까.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걸 역사만큼 제대로 알려줄 도구는 없다. 훈계, 주장이 아니라 자분자분한 이야기여야 마땅하다. 세월 앞에 비껴선 역사를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비로소 이야기의 힘을 빌어야할 때가 도래했다.”

출판사가 밝힌 기획의도에서 그 이유가 드러난다. 한편 (주)이야기너머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사회적기업이다. 값 1만5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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