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논란이 또 일고 있다. 대통령의 약속도 소용없다. 약속을 꼭 지킨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 관료들의 산하 기관 낙하산 투하를 막아 관피아의 적폐를 뿌리 뽑겠다고 다짐한 대통령의 약속이 공기업 사장 인사에서 하나씩 깨지고 있다. 최근 환경부 고위 관료 출신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에 임명한 것도 그 중 하나다.
낙하산 인사 논란은 인천지역에서 2013년 5월 송재용 전 환경부 환경정책실장의 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임명과 2013년 6월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차관의 인천공항공사 사장 인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21일 매립지관리공사 사장추천위가 응모자 8명 중 서류 및 면접심사를 거쳐 선발한 3명을 추천받아 이 중 지난 9일 명퇴한 이재현(55) 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을 사장에 임명했다. 민관 유착의 전형적 낙하산 인사다.
그러자 매립지관리공사 노조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신임 사장의 취임식이 연기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이들은 이번 역시 환경부 입맛에 따라 사장이 임명됐다고 주장했다. ‘공모’라는 형식은 갖췄지만, 사장추천위도 이름일 뿐 결국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불신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사장추천위가 공정하게 구성됐음을 밝히고, 사장 후보자의 전문성과 능력 등을 판정한 심사회의록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지금 쓰레기 매립지 사용 시한(2016년)을 앞두고 환경부와 수도권의 세 지자체가 연장 여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 민감한 시기다. 신임 사장도 이에 대해 조언을 해야 할 입장이다. 지난해 말 유정복 인천시장의 제안으로 인천 경기 서울 등 수도권 지자체장과 환경부 장관 등 4자가 참여하는 수도권매립지 정책협의체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4자 협의체는 유 시장이 현재의 수도권매립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제안한 ‘서울시와 환경부가 갖고 있는 매립지 소유권과 매립허가권 인천시 이양·환경부 산하 매립지관리공사 관할권 인천시 이관’ 등에 합의했다. 그 대신 환경부와 경기도·서울시는 2044년까지 매립지 사용 연장을 바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상황에서의 환경부 낙하산 인사가 매립지 사용 연장을 유도하는 목적이 숨어 있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 환경부 논리를 대변할 수 있게 허수아비 사장을 앉혔다는 거다. 신임 사장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예 환경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없을 거면 지체 말고 스스로 거취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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