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네팔 지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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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네팔에 갔었다. 9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수도 카투만두의 문화유산을 잠시 둘러보고 히말라야 일부 구간을 걸었다.

푼힐 전망대의 멋진 풍광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카투만두, 호수가 아름다운 포카라도 잊기 어렵다. 여유 없이 간 트레킹이어서 꿈결에 잠깐 스친 듯 아쉬워 언젠가 다시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서리라 생각해왔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 남쪽 사면에 위치한 네팔은 중국ㆍ인도와 접하고 있는 내륙국이다. 한반도의 3분의 2 크기로 대부분이 산악지대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천848m)를 포함해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를 보유하고 있다.

인구의 81%가 힌두교도지만 힌두교에 불교가 결합돼 있고 수많은 신들을 모셔 ‘신들의 나라’라고 한다. 네팔은 다양한 종교에도 갈등과 대립 대신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독특하고 찬란한 문화예술을 꽃피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7곳이나 된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의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왕과 정당, 반정부군이 대립각을 이루며 끊임없이 혼란을 겪었다. 195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으며, 2008년 국왕제를 폐지하고 네팔연방민주공화국이 선포되면서 정치적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인구는 3천100만명이다.

산업은 히말라야 일대를 등반하는 해외 산악인들에게 제공하는 등반 관련 가이드 서비스와 관광산업, 숙박업 등이 핵심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기준 699달러(76만원) 정도다.

우리나라와는 1974년 5월 15일 수교했으며 인연이 깊다. 수많은 불자들이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를 순례하고, 우리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준봉을 연이어 찾고 있다. 트레킹에 나서는 일반인도 상당히 많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나라 네팔에 지난 25일 진도 7.8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카트만두 시가지는 아비규환 상태다. 1만700명이 숨진 1934년 카트만두 동부 지진 이래 81년 만의 대지진이다. 이번 지진으로 수천명이 사망했다는데 앞으로 1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네팔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국제사회가 나서 필사의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국토 전체가 고산지대에다 통신과 교통이 여의치 않아 인명구조와 피해복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네팔 사람들에게 닥친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인류애가 필요하다. 네팔이 하루빨리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길 기원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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