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끊긴 ‘유령절벽’

[현장&] ‘별그대’ 유명세… ‘송도 석산’ 현주소

▲ 27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송도 석산 관광지의 ‘별 그대로의 여행 웜홀존’ 체험 부스가 굳게 문이 잠겨 있어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장용준기자

27일 오후 1시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석산. 지난 2013년 한 방송사의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 그대)’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지가 됐다.

입구에서 ‘별 그대 촬영지’라고 쓰여 있는 안내판을 따라 비포장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면 한쪽 벽엔 회색으로 빛이 바란데다 먼지가 가득 묻어 있는 별 그대 출연진의 사진이 수십 여장 걸려 있다.

송도석산 안은 아예 관광객이 들어가지 못하게 쇠사슬로 가로막혀 있다. 당연히 인적은 찾아볼 수 없고, 컨테이너박스 6~7개만 굳게 문이 닫힌 채 덩그러니 놓여 있다. 특히 축구장 크기만큼이나 넓은 송도석산인데도, 정작 시설은 화장실과 매점, 드라마 방영 장면 사진만 전시되어 있을 뿐이어서 황량감만 느껴진다.

‘별 그대로의 여행 웜홀존’이라는 체험 부스는 문이 잠긴 상태고, 절벽에서 떨어지던 여주인공을 구했던 촬영장소 인근의 한 낡은 승용차엔 각종 오물과 쓰레기가 버려져 창문이 열린 채 방치돼 있다. 촬영장 한편에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캠핑했던 장소를 캠핑장으로 조성했지만, 주변엔 수돗가도 없는 것은 물론 캠핑장 데크 등도 없이 그냥 맨땅이다.

인천 송도석산이 유령 석산으로 전락했다. 27일 인천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송도 석산을 중심으로 차이나타운, 소래포구 등 지역 내 대표 관광지를 잇는 관광상품을 개발, 운영 중이다. 지난해만 5천700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송도 석산을 찾았다.

그러나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방문해야만 각종 시설을 운영할 뿐 국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말 등 평소엔 아예 문을 열지 않고 있다. A씨(28·남구 주안동)는 “워낙 별 그대 드라마 때문에 유명했던 곳이라 찾아왔는데, 막상 와서 보니 놀이동산의 ‘귀신의 집’에 온 느낌이었다”면서 “외국 관광객만 상대해주고, 국민은 아예 오지 말란 것인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연수구는 이곳을 공원화하는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도시공사 측은 ‘이미 토지보상 등으로 470여억 원을 투입해 공원화는 어렵다’면서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인기 드라마 잔영 효과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미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공원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송도석산은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면서 보이는 첫 번째 광경으로, 국·시비를 들여서라도 이곳을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평소에 찾는 사람이 없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이 올 때만 문을 열고 있다”면서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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