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급식업체’… 학교식탁이 불안하다

서류·사무실만 갖춰 계약만 따내고 납품은 타 업체가 대신
적발해도 마땅한 처벌 규정없어… 식중독 등 급식관리 ‘구멍’

인천지역에 학교급식 납품계약만 따낼 목적으로 설립된 ‘무늬만 급식업체’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이들 업체는 관련 서류와 사무실 등 입찰 계약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여건만 갖춘 급식업체로, 실질적인 급식 재료납품은 타 업체가 대신하고 있어 식중독 사고 발생 시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는 등 급식 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500여 개 학교에 급식 재료를 납품하는 급식업체는 160여 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0년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을 통한 입찰 제도가 도입되기 전 대형 급식업체 10여 곳이 급식 재료를 납품하던 것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업체 급증으로 과당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업체가 계약만 따내기 위해 서류와 사무실 등만 갖춘 제2,3의 ‘무늬만 급식업체’를 설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천시 중구의 A 업체는 지역 내 학교 10여 곳에 급식 재료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고 있지만, 실질적인 급식 재료 납품은 계약과 전혀 상관없는 타지역 B 업체가 대신하고 있다.

서구의 C 업체는 입찰 계약 참여에 필요한 서류만 갖춰놓은 학교급식 납품업체이지만, 바로 옆 주소의 D 업체가 자체 작업장에서 C 업체의 라벨지를 붙여 급식 재료를 납품하고 있다.

이처럼 급식 재료를 납품하지 않고 입찰 계약만 따내는 급식업체가 등장하면서 유통과정의 투명성이 저해되는 등 학교급식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특히 식중독 등 급식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급식 재료를 납품한 업체는 감춰진 채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없어 자칫 사고가 되풀이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유통 단계가 복잡해지면서 단가를 낮춘 싸구려 급식 재료가 학생들의 급식에 올라오는 불상사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가공되지 않은 농산물은 소분 작업을 해야 하는 장소에 대한 규정 등이 없어 다른 업체를 이용해 납품하더라고 제재할 수 없고,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 참여에 필요한 서류에는 사업자등록증, 차량보험가입증 등 매우 기본적인 서류만이 필요할 뿐 업체의 시설규모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무늬만 갖춘 업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감사원이 서류만 갖춰놓은 업체를 적발했지만, 해당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땅치 않아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에 동일 IP로 접속한 것을 두고 부정당업자 제재 조치한 적이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 참여에 필요한 서류는 발품만 조금 팔아도 쉽게 맞출 수 있는 서류”라며 “지역 급식업계에서 입찰을 따낼 목적으로 서류와 사무실만 갖춘 업체를 만드는 일은 이미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막고자 최근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현재는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상에 있는 사후 평가 보고서를 이용해 문제가 있는 업체가 다른 학교와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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