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계절 맞은 kt, 시간이 약이다

▲ 14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와 두산의 경기에서 2대18로 대패한 kt 조범현 감독이 착잡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는 ‘만수르 시대’ 전과 후로 나뉜다. 1880년 창단한 맨시티는 EPL 출범 이전 1937년과 1968년에 리그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하위리그를 전전했다. 1998년에는 3부리그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랬던 맨시티가 2008년 돈벼락을 맞았다.

아랍에미리트의 왕족이자 거부(巨富)인 셰이크 만수르(45)가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맨시티를 2억천만파운드(한화 약 3천400억원)에 인수했다. 만수르는 맨시티 인수 당시 “부(富)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만수르는 맨시티를 인수한 뒤 6년 동안 2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선수 영입에 썼다. 덕분에 맨시티는 2012년, 44년 만에 리그 정상에 섰다. 지난해에는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근 프로야구 제10구단 kt wiz의 투자가 인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kt는 지난해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내야수 박경수(31)와 박기혁(34), 투수 김사율(35)을 영입했다. 총액 기준 630여억원이 쏟아진 FA 시장에서 kt가 이들에게 쓴 돈은 44억1천만원이었다.

외국인 선수 계약 당시에도 다른 팀보다 한 명을 더 쓰는 혜택을 받았지만, kt가 필 어윈(45만 달러), 앤디 시스코(32만 달러), 크리스 옥스프링(20만 달러) 등 세 선수에게 주는 평균 연봉은 32만3천달러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았다. 확실한 투자 없이 1군 무대에 뛰어든 대가는 썼다. kt는 신생구단 최다 개막 연패 기록인 11연패를 당하는 등 15일 현재 1할대 승률로 최하위에 쳐져 있다.

맨시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프로스포츠에서 과감한 투자는 곧 승리를 부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맨시티 사례에서 한 가지 간과하는 점이 있다. 만수르 시대가 도래한 이후 맨시티가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무려 4년이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뒷받침됐음에도 그만큼 걸렸다.

만약 kt가 지난 FA시장에서 최정, 김강민(이상 SK), 박용택(LG), 장원준(롯데→두산), 윤성환(삼성), 배영수(삼성→한화) 등 수준급 선수들을 싹쓸이했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kt가 우승후보 또는 다크호스가 됐을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kt는 선수 절반이 프로 2년차 이내 신예들로 짜여진 신생구단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팀으로서 정착할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9구단 NC 다이노스는 2013년 1군 진입 당시 FA 이호준, 이현곤을 영입하는 등 특별지명과 신인 선수 스카우트액까지 합쳐 약 230억원의 거액을 풀었다. 그럼에도 그해 7위에 그쳤다. 심지어 4월엔 무려 17번이나 졌다. 이 같은 시련의 계절을 통해 팀이 완성됐고, 지난해 가을야구를 할 수 있었다. kt에게 당장 필요한 건 돈이 아니다. 팀이 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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