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김사율·박기혁 거품? 명품!

셋이 합쳐 44억… 가성비 최고 FA 3인방

프로야구 kt wiz는 지난해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내야수 박경수(31)와 박기혁(34), 투수 김사율(35)을 영입했다.

FA 영입을 놓고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컸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FA시장에는 최정김강민(이상 SK)박용택(LG) 등 수준급 타자들은 물론 장원준(롯데→두산)윤성환(삼성)배영수(삼성→한화) 등 뛰어난 투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창단 초만 해도 kt는 통 큰 투자가 예상됐다. 9구단 NC 다이노스는 2013년 1군 데뷔를 앞두고 FA 이호준, 이현곤을 영입하는 등 특별지명과 신인 선수 스카우트액까지 합쳐 약 230억원의 거액을 풀었다.

통신 대기업 kt라면 NC보다 투자액이 클 것이란 목소리가 컸다. 특히, 수원 출신 최정과 리그 주요 투수들을 잡기 위해 kt가 지갑을 열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kt의 투자는 인색했다. kt가 박경수, 박기혁, 김사율 이 세 선수를 영입하는데 쓴 돈은 44억1천만원(옵션 포함)에 불과했다. 이는 최정(86억원), 한 명의 몸값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투자액이 적었던 데에는 모그룹의 대대적인 계열사 슬림화와 인원 구조조정의 영향이 작용했다.

이 같은 사연을 안고 kt 유니폼을 입은 박경수, 박기혁, 김사율이었지만, 이들은 올 시즌 팀의 주력 선수로 분류됐다. 선수 절반이 프로 2년차 이내 신예들로 짜였을 만큼 kt의 선수층이 엷은 까닭에서다. 하지만 시즌 초반 이들의 활약은 당초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마무리와 불펜을 오가고 있는 김사율은 매 등판마다 불안한 투구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박경수와 박기혁은 타석에 들어서기 무섭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자연스레 일부 팬들의 비아냥이 따랐고,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한 온라인 야구커뮤니티 게시판에는 “kt가 지난 FA시장에서 헛돈을 썼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서러움 속에서도 이들은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뒤로는 어린 후배들을 챙겼다. 그리고 지난 주말 이들의 노력이 꽃을 피웠다.

박경수는 11, 12일 넥센과의 2연전에서 7타수 2안타 1타점, 박기혁은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제 몫을 하면서 팀의 연승에 이바지했다. 또한 내야 센터라인을 책임지며 안정된 수비력을 보였다.

비록 경기에 출전하진 않았지만, 김사율 역시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 등으로 후배 투수들의 힘을 북돋았다. 11일 넥센전 9회말에 4실점하며 흔들렸던 이성민에겐 그는 “처음에는 다 그렇다”며 따뜻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마운드와 내야 센터라인이라는, 팀의 토대를 단단히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조금씩 충족시켜 나가고 있는 FA 3인방. 향후 이들이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즌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될 것이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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