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백금세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기자페이지

‘백금’(platinum)은 스페인어로 ‘작은 은’이란 뜻의 ‘platina’에서 나왔다. 이는 은과 아주 비슷하지만 가공이 불가능한 금속으로 여겨져 붙여진 이름이다. 신용카드나 회원 등급을 매길 때도 플래티넘이 실버나 골드보다 높은 등급인 데서 볼 수 있듯 백금은 귀금속 중에서도 최고의 등급이다.

최근 ‘백금세대’가 뜨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법적 정년에 들어서기 때문에 이들의 은퇴ㆍ노후 준비는 투자업계에서도 중요한 화두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50세 이상의 시니어 세대로 진입한 만큼 기존에 연장자를 통칭하던 ‘시니어’ 또는 ‘실버세대’와 같은 개념으로 묶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1차 베이비부머들을 ‘부자 세대’(Wealthiest Generation)이면서 ‘높은 정치 참여율’(High Political Participation)과 ‘높은 교육 수준’(Intellectual Desire)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힘’(Trend Maker)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인생 이모작(Encore Career)을 준비하는 세대라고 진단했다. 앞선 시니어 세대와 차별화되는 특징으로 ‘할아버지 경제의 부각’(Grandparent Economy)과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Old body, Young mind)이라는 생각, ‘강해지는 여성의 의사결정권’(Lady First), ‘다양성’(Diversity of Senior) 등을 꼽았다.

연구소는 이들의 모습과 트렌드를 종합해 시니어 그룹으로 진입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화이트골드(WHITE GOLD), 이른바 ‘백금세대’로 정의했다. 겉보기엔 은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가치가 훨씬 높은 ‘백금’에 비유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세대는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50대로 평균 자산은 4억3천만원이다. 과거에는 시니어라고 하면 부양 대상으로 생각했지만 자산을 축적한 베이비부머가 시니어 세대로 편입되면서 경제적 주도권 또한 자연스레 시니어 세대에게 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60세 이상과는 확연히 다른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근거로 새로운 시니어 개념을 정립할 때가 됐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