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우승 이끈 김세진 감독
한국 남자 프로배구에서 7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며 ‘삼성 왕조’를 구축했던 신치용(60) 감독의 신화가 지난 1일 창단 2년차인 안산 OK저축은행의 ‘신세대 사령탑’ 김세진(41) 감독에 의해 붕괴됐다.
공교롭게도 신 감독의 아성을 무너뜨린 김 감독은 지난 1995년 실업배구 시절 삼성화재에 입단, 2006년 은퇴할 때까지 신 감독 아래서 라이트로 활약하며 ‘삼성 왕조’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삼성화재에서 스승과 제자로 10년동안 호흡을 맞춰 2001년 1월부터 2004년 3월까지 77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1997년부터 프로 원년인 2005년까지 9년 연속 리그 정상에 오르는 대업을 함께 이뤘었다.
10여년간 사제간 돈독한 정을 쌓아왔던 두 사람은 김 감독이 은퇴후 방송 해설자로 활약하다가 지난 2013년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의 창단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스승과 제자는 코트에서 ‘적수’로 만나게 됐다.
김 감독은 감독 데뷔 무대인 2013-2014 V리그에서 11승19패로 남자 7개팀 가운데 6위를 차지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통합우승으로 리그 7연패를 달성한 스승 신 감독을 따라잡기에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혹독한 시련의 1년을 보낸 김 감독은 이번 시즌들어 확연하게 달라진 팀 컬러로 남자 프로배구 판도에 변화를 예고하더니 정규리그 2위에 올라 창단 2년 만에 ‘첫 봄배구’를 경험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이 정규리그 3위 수원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을 거두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때만해도 대부분 전문가들은 삼성화재의 우세를 점쳤었다.
하지만 거침없는 상승세를 탄 김 감독은 지난달 28일 적지에서 가진 1차전에서 예상 밖 3대0 낙승을 이끌며 ‘삼성 왕조’ 붕괴와 OK저축은행가의 새로운 ‘왕위 등극’을 예고했다.
이어 같은 달 30일 2차전도 3대0으로 끝낸 김 감독은 지난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3차전에서 잠시 위기를 맞기도했으나, 3대1로 경기를 마무리해 사상 첫 챔피언에 등극했다.
젊은 지도자 김세진 감독의 세심하고도 포용력 있는 지도력은 스승 신치용 감독과 흡사해 배구계의 ‘청출어람(靑出於藍)’이 스승과 제자 감독의 희비가 교차하게 만들었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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