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대신 ‘희망’ 잡은 도로공사

10년만에 이룬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서 아쉬운 패배
정상 문턱서 눈물 흘렸지만… 가능성 확인한 뜻 깊은 시즌

원년 대회 이후 10년 만에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여자 프로배구 성남 한국도로공사가 끝내 챔피언 왕관을 쓰지 못했지만 성장을 도울 쓰디쓴 경험을 맛봤다.

프로배구가 출범한 2005년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도로공사는 10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2005-2006시즌 이후 9시즌 만에 진출한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2위 화성 IBK기업은행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여자 프로배구 6개 팀 중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보유하지 못한 팀은 도로공사가 유일하다.

도로공사는 지난달 31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0대3으로 완패, 3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도로공사는 아쉬움의 눈물을 삼키고 코트를 떠났다.

정규리그에서 신ㆍ구조화와 힘을 앞세워 정상에 오른 도로공사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전혀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팀의 베테랑 센터인 장소연(41)과 정대영(34)은 챔피언결정전 내내 정상컨디션이 아니었다. 장소연은 체력이 뚝 떨어진 상태에서 신우신염 증세에 시달렸고, 우승 압박이 심했던 정대영은 스트레스성 피부염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큰 경기 경험이 없는 레프트 황민경(25)과 고예림(21)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해 제몫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고, 후반기부터 리베로로 활약한 오지영(27)도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서브 퀸’ 문정원(23)도 공ㆍ수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 세터 이효희(35)의 마법은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니콜 포셋의 공격에 의존했지만, IBK기업은행이 뻔한 공격 길목을 틀어막으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며 돌아섰지만 올 시즌 도로공사는 많은 것을 얻은 한해였다. 지난시즌 4위(13승17패)에 머문 도로공사는 거물급 자유계약선수(FA)인 이효희와 정대영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고, 젊은 선수들이 가장 높은 무대인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하는 등 우승처럼 달콤하지는 않지만,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서남원 감독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데 구단과 팬들께 우승 트로피를 선물하지 못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며 “선수들은 정말 고생했고, 좋은 경기를 했다. 준비를 충분하게 하지 못한 사령탑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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