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화로 번진 구제역 방역에 허둥대는 당국

구제역 방역망이 뚫렸다.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결국 4개월 만에 인천 강화지역으로 번졌다. 지난 1월 용인·안성 등 두 곳에서 확진 판정된 후 다소 진정되는 듯 보이던 구제역이 강화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건 그만큼 방역체계가 허술했음을 뜻한다.

검역당국이 지난 24일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된 양돈장 돼지를 정밀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확진됐고, 하루 만인 25일 1차 발생지에서 500m 떨어진 양돈장에서 또 추가로 발생, 전파 양상이 심상찮아 보인다. 그런데도 당국의 방역사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검역당국에 의해 처음 구제역으로 확진된 24일 농식품부의 긴급행동지침 시행이 늦어져 구제역 발생 10시간이 지나도록 강화군청에 마련된 상황실조차 운영하지 못했다.

또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13일엔 예방조치로 육지와 연결되는 강화대교와 초지대교 통행 차량에 방역을 실시하려 했으나 장사에 지장을 준다는 상인들의 민원 제기로 돌연 중단했다. 지난 1월 용인·안성에서 구제역이 확진됐을 땐 방역당국이 소·돼지 농장에 백신 접종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고 낙관했지만 빗나갔다. 당국의 예방과 방역 모두가 낙제점이었다.

방역당국은 화도면 장화리 1차 발생지 돼지 2천300마리와 2차 발생지 돼지 822마리 등 3천여마리를 살 처분하고 부랴부랴 방역단계를 격상하는 등 방역강화에 나섰지만 어쩐지 불안하다.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력이 돼지가 소보다 3천배나 높아 언제 어디서 또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그동안 사용해온 백신이 구제역 방어 효과가 떨어지는 ‘물백신’으로 밝혀져 축산농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26일 국제수역사무국(OIE)산하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로부터 한국에서 사용 중인 백신균주의 구제역 방어 효과가 낮은 수준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백신 항체 양성률이 소는 91.8%인데 비해 돼지는 이보다 40.8%포인트나 낮은 51%에 그쳐 돼지의 백신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걸로 알려졌다. 돼지 전용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

구제역은 전염성이 강해 일단 질병이 유행하면 그 피해가 엄청나다. 주변지역 가축을 예방적으로 살 처분해야 하고, 사람에겐 영향이 없다지만 소·돼지고기 소비가 감소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으로선 구제역 확산 방지가 급선무다. 범정부 차원의 방역체계를 빈틈없이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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