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kt wiz와 롯데 자이언츠의 KBO리그 개막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
경기에 앞서 조범현 kt 감독이 깜짝 라인업을 공개했다. 타선 맨 위에는 김동명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결정이었다. 시범경기에선 줄곧 김사연 또는 이대형이 1번 타자를 맡았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공격성향이 강한 김사연과 이대형을 나란히 1, 2번으로 내세우니 아웃카운트 2개가 금방 잡히더라.
선구안이 좋은 김동명이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기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이날 김동명은 6타석 2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조 감독의 별명은 ‘조갈량’. 2009년 KIA를 12년 만에 우승시키면서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당시 조 감독은 불안하던 마운드를 고려해 5월까지 ‘한시적 6선발’을 꾸리고 에이스 윤석민을 임시 마무리로 돌리는 깜짝 카드로 KIA의 10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4년 만에 ‘신생’ kt의 사령탑으로 돌아온 그는 비록 2경기를 치뤘을 뿐이지만, 제갈량처럼 차분하고 치밀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묘수를 띄우는 승부사적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kt가 개막 경기에서 롯데 1선발 브록스 레일리를 무너뜨린 것도 조 감독의 지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 감독은 이날 타자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초구를 노리지 말것’과 ‘빠른 공을 공략하라’는 것이었다.
조 감독의 지시대로 kt는 초구를 그대로 흘려보냈고, 직구가 들어오면 여지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실제로 kt가 이날 기록한 14안타 가운데 김상현의 첫 홈런을 제외하곤 모두 빠른 공을 쳐 낸 것이었다.
김상현이 부활포를 쏘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도 조 감독 만의 조련법이 존재했다. 조 감독은 시범경기 때 부진을 거듭하던 김상현에게 밸런스를 꼬집으면서 “두 번 다시 말 안 한다. 변화가 없으면 2군으로 내려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일종의 ‘밀당’이었던 셈이다.
그러면서도 연습 후 엑스트라 타임을 활용, 직접 김상현의 타격 자세를 지도했다. 이 같은 각고의 노력 끝에 김상현이 살아났다. 김상현은 개막 경기에서 5타수 4안타(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조 감독은 “(김)상현이가 해주니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졌다”며 “공격력이 배가 됐다”고 흡족해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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