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6개월… 여전히 엇갈린 평가

단통법 成? 敗?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고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기 위해 시행에 돌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 6개월을 맞았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찬반양론이 극단으로 갈렸던 단통법은 시행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그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시장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무난하게 이동통신시장에 연착륙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상당수 소비자들은 단통법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대대적인 손질이 요구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합리적인 요금제 선택·소비 행태 정착

일단 정부는 단통법의 효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고가요금제 비중이 대폭 줄면서 이동통신서비스 가입 요금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3월 기준 이통서비스 평균 가입요금은 3만6천702원으로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7∼9월(4만5천155원)에 비해 18.7% 하락했다. 이와 함께 5만원대 이하 중저가 요금제 비중이 66.1%에서 90%로 커진 반면 6만원 이상 고가요금제 비중은 33.9%에서 10.1%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통법으로 요금 대별 단말기 보조금 격차가 크게 줄면서 소비자들이 실용적인 이통서비스 소비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을 더 많기 위해 무작정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던 관행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이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가서비스 가입 비중이 37.6%(2만1천972건)에서 16.4%(8천831건)로 감소한 것에 주목하며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가계통신비를 어느 정도 끌어내렸거나 최소한 상승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고 있다.

▲소비자 반응은 ‘냉담’…정부와 극심한 시각차

그러나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시각은 냉엄하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단통법이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의 혜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애초 단통법 시행에 앞서 SKTㆍ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 대신 품질·서비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 이통 3사는 지난해 10∼11월 가입비와 위약금을 폐지하고 소비자 부담을 낮춘 신규 요금제를 내놓는 등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서비스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법 시행 초기 이통 3사가 선보인 소비자 혜택이 정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깜짝쇼’가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단말기 구입 부담이 줄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단통법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강조했던 단말기 출고가 인하는 사실상 먼 얘기가 돼 버렸고, 보조금도 시간이 갈수록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아이폰6 대란부터…다시 불붙는 ‘불법 보조금’ 경쟁

단통법 시행의 또 다른 목표 중에 하나였던 불법 보조금 경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이폰 6 대란이 터진 데 이어 올 1월에는 시장지배사업자인 SK텔레콤이 불특정 다수에게 불법 보조금을 뿌렸다.

특히 최근 시장 과열 경향을 보면 이통사가 주도적으로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기보다는 유통점에 대한 판매수수료(리베이트)를 높여 간접적으로 불법을 조장·방조하는 모습을 띤다. 소비자가 단말을 구입할 때 정상가를 지불하고 차후 보조금 성격의 돈을 송금받는 ‘페이백’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직된 규제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단통법이 불법으로 규정한 우회 보조금의 범위를 지나치게 폭넓게 잡아 소비자 혜택을 외면했다는 평가다. 두 기관의 압박에 밀려 좌초된 중고폰 선보상제와 가족결합 포인트제가 대표적인 예다.

이통통신업계 관계자는 “규제기관이 소비자 혜택보다는 법의 권위와 안정성을 지키겠다는 잣대로 사안을 바라본 측면이 있다”며 “단통법이 소비자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좀 더 유연한 방식의 규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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