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원시립미술관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기자페이지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써라. 흔히 언론사 수습기자들을 교육할 때 하는 이야기다. 수습기자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독자보다는 취재원 입장을 대변하거나 취재원에 설득당해 특정 집단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기사를 출고하는 것이다.

그럼 선배 기자나 부장이 지적하는 단골 레퍼토리가 ‘독자의 입장, 시민의 입장에서 봐라’다. 그럼 문제가 달리 보인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일수록 이같은 공식을 대입하면 오히려 해답은 금방 나오곤 했다.

최근 수원 지역사회에 몇몇 복잡한 갈등 요소들이 등장했다. 그중 하나가 수원시립미술관 명칭 논란이다.

현대산업개발의 300억원 기부체납으로 건립중인 수원시립미술관은 오는 6월 완공예정이다. 그러나 명칭에 대해 말들이 많다. 명명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 특정 아파트 브랜드가 붙었다는 이유다. 공공 미술관에 웬 아파트 브랜드.

일부 시민단체 등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일리가 있다. 공공 미술관에 대기업 아파트 브랜드라니,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는 수원의 공공미술관 이름을 바로 잡는 것, 수원의 자존심과 명분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갈등 때문에 정작 가장 중요한 미술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무엇으로 채울지에 대한 논의는 완공 3개월 앞둔 지금도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수원에 번듯한 미술관이 생겼는데 이름을 놓고 씨름하는 사이 실리는 까먹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수원시민의 입장에서 사안을 살펴보면 어떨까? 시민들에게 미술관 명칭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시할지, 아니면 신설되는 공공미술관을 어떻게 이용하고 무슨 콘텐츠가 들어오는 게 더 궁금해할지 말이다.

수원에는 이미 특정 기업 이름이 들어간 공공시설들이 있다. 수원SK아트리움, 최근 리모델링한 수원kt위즈파크 등 이곳들을 수원시민들은 명칭에 대한 이렇다할 거부감 없이 이용하고 있지 않는가. 이곳은 되고 공공미술관은 안 된다?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선호 문화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