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은행 간 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영향을 주고, 콜금리는 시장금리, 은행의 여수신 금리를 변동시킨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연 1%대로 떨어졌다.
앞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 및 설비투자 부진으로 내수는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수출 환경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감소했고,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수입은 11% 각각 감소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52%로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세계 주요국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하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고 있고,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절상돼 국제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산효과 증대,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 경감 등으로 소비를 촉진시키고, 기업들의 낮은 금리 자금조달로 설비투자 증가와 환율 상승에 의한 수출증가로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소비나 투자 심리를 얼마나 자극해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 이후 지속돼온 가계 부채의 급증세만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몰릴 경우 전세가, 월세, 집값만 올라 서민들의 소비만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경제 주체인 개인이나 기업은 미래에 대한 소득이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나 투자를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계는 소비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투자를 유보를 하게 된다.
2012년 기준 국내 3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442조원이나 되지만 글로벌 경영을 하는 만큼 설비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이나 현지에 투자해 고용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금리 인하 효과가 큰 중소기업은 금융사들이 리스크를 이유로 자금 공급을 망설여 적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은 예대마진 축소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가하고, 소비자는 올해 예상물가상승률 1.9% 보다 낮은 기준금리의 영향으로 매력이 없는 은행의 예적금보다 주식, 채권, 펀드 등 투자자산을 선호할 가능성이 많고, 위험에 노출될 개연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보험사는 보험료 산출 기준이 되는 예정이율 하락으로 보험료가 상승하고 환급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험 구매 선호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최저이율보장, 채권수익률 저하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보험산업이 위축되고, 소비자는 연금, 장기보험 등이 가입 시 설계한 것보다 환급금이 낮아 노후 생활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 국내 금리도 같이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금리가 낮을 때 부채를 줄이거나 부채를 장기저리대출로 전환하는 등 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해 고용이 창출될 수 있게 투자를 장려하고,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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