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이석희 칼럼] 테러 사건과 세준이 아빠 리퍼트 씨
오피니언 이석희 칼럼

[이석희 칼럼] 테러 사건과 세준이 아빠 리퍼트 씨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 사건으로 세상이 뒤숭숭하고 떠들썩하다. 중동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이 사건은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요, 대한민국을 칼질한 심각한 테러 사건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국민들도 배후에는 북한이 도사리고 있는 북한의 노골적인 대미(對美), 대남 도발행위가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정황들은 과거에 있었던 범인 김기종의 행적들이 밝혀지면서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행적을 보면 테러범 김기종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친북반미반정부적인 행동을 해온 자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부터는 통일부가 임명하는 통일교육위원으로 학생 시민들에게 강연도 했는가 하면, 2006년 11월에서 2007년 4월까지 겨울철 6개월 동안은 ‘나무심기’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북한을 7차례나 다녀왔다.

2007년 청와대 앞에서 있었던 분신 기도와 2010년 주한 일본대사에 대한 시멘트 공격. 용산참사 관련 정부규탄 시위 등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사건들에 그가 빠지는 일은 없었다.

그가 뻔질나게 북한을 드나들 때 북은 그의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기질과 소영웅심을 이용해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테러리스트로 써먹고 버릴 소모품으로 교육 훈련을 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서 더욱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한 협박 공갈을 일삼고 있다.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핵전쟁을 몰아오는 불장난 소동”이라면서 “조선 반도에 예측할 수 없는 긴박한 사태를 초래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위협했다.

키 리졸브 훈련이 다가오면서 리퍼트 대사에 대한 북한 매체의 비난 수위도 점점 높아졌다. 리퍼트 대사가 북핵·경제병진 노선 포기를 촉구한 데 대해 지난 2월 10일에는 “리퍼트는 함부로 혓바닥을 놀리다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히 테러 당일인 5일 새벽에는 방송을 통해 “말로 할 때는 이미 지나갔다. 미친 광증에 걸린 적들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명줄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 현 정세는 내외의 반통일 세력의 준동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고 함으로써 남한의 종북 세력에게 마치 행동 개시 시그널을 보내듯이 외쳐댔다.

“테러 현장에서 ‘전쟁훈련 중단’과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를 요구하는 유인물이 나온 것을 비롯해서 테러가 일어난 뒤 북이 모든 선전 매체를 동원해서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를 ‘정의의 칼 세례’니 ‘남녘 민심을 반영해 응당한 징벌’ 이니 하며 신이 나서 외쳐대고 있는 것도 북한과 연계돼 있는 계획적 범행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처럼 심각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과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 행위가 굳건한 한미 관계에 나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테러 분자의 습격으로 큰 부상을 당한 리퍼트 대사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리퍼트 대사가 보여준 반응과 태도는 걱정스럽고 침울하던 韓美間(한미간)의 분위기를 확 바꿔놓을 만큼 신선하고 감동적이었다.

리퍼트 대사는 80바늘을 꿰매는 응급 수술이 끝난 뒤 “한미 동맹을 발전 시키기 위해 빨리 복귀하겠다”며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하고 트위터에 썼다. 이것으로 두 나라 국민은 안도하고 변함없는 동맹을 재확인한 것 같은 분위기가 됐다.

외교가는 물론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2시간 30분 동안이나 수술을 받은 사람이 공직자로서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하고 두 나라 관계와 국민들에게 긍정적이고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한 리퍼트 대사야말로 大人(대인)이라는 찬사가 줄을 잇고 있다.

미국에 있는 리퍼트 대사의 아버지의 반응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즉, “이번 사건으로 아들이 한국에 대한 호감을 잃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들은 한국인을 사랑한다. 아들이 겪은 사건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모든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순간에 이처럼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지혜로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큰 사람들인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가정할 때 나라면, 우리 한국 사람이라면, 우리들의 부모와 가족이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처신했을까? 세준이 아빠 리퍼트 씨와 세준이 할아버지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에는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석희 대한언론인회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