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지도부 바뀐 여야

與 비박 野 친노 ‘당권장악’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월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여야가 각각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새롭게 선출하면서 전열을 새롭게 정비하며 정국 주도권 경쟁에 본격 나섰다.

새누리당은 비주류의 유승민 원내대표(3선·대구 동을)와 원유철 정책위의장(4선·평택갑)조가 친박(친 박근혜)계 이주영(4선·경남 창원 마산합포)·홍문종 의원(3선·의정부을)조에 완승을 거두면서 김무성 대표에 이어 원내대표까지 비주류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접전끝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문재인 의원(초선·부산 사상)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박지원 의원(3선·전남 목포)에 신승을 거두며 대표에 당선됐다.

유 원내대표와 원 정책위의장이 ‘변화와 혁신’, 문 대표도 ‘변화’를 각각 주창한 가운데 국민들이 어느 쪽의 ‘변화’에 손을 들어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내 조율·화합이 선결과제

새로 출범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지도부는 모두 내부조율 혹은 내부화합이라는 선결과제를 안고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의 당·청 갈등, 새정치연합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계파갈등이 각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라며 청와대와 각을 세웠으나 지난 2월10일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회동에서 ‘선 경제활성화-후 세금논의’에 의견을 모으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유 원내대표, 원 정책위의장 등은 이날 모임에서 ‘당·정·청 정책협의체’ 구성과 국무총리·대통령 비서실장·새누리당 대표·원내대표가 참석하는 ‘4인 고위당정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하는 등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 2월 2일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으로 각각 선출된 유승민 의원과 원유철(맨 왼쪽) 의원 등과 함께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면에서 당·청간 소통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인적쇄신 문제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7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미국·중국 사이에서 전략 없는 외교를 하는 정부를 질타하며 “청와대 얼라들이 외교 합니까?”라고 비판하는 등 청와대 인사 문제를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친박계 좌장이면서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서청원 최고위원(7선·화성갑)의 역할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서 최고위원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에게 “정책·인사·소통의 모든 면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고언하는 한편 원내지도부에게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칸막이 없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며 “어려운 문제들은 완급조절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오랜 정치 경륜을 토대로 자칫 대립관계로 치달을 수 있는 당·청 관계 조율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계파갈등과 분당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탕평’·‘대통합’ 강조하며, 각 계파를 아우르는 당직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전대 과정에서 부터 문 대표가 당선될 경우 분당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불과 3.52%p 차로 분루를 삼킨 박지원 의원은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고 한다. 당 갈라지는 소리가 전국에서 ‘쩍쩍’ 들린다고 한다”면서 ‘친노 계파주의’에 공세를 퍼부을 정도였다.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탈당, 국민모임에 합류한 것도 심상치않게 여겨졌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8’ 전대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끌었던 문희상 의원(5선·의정부갑)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표 등 새 지도부에 ‘당내 화합 도모’를 우선순위로 당부한 것도 이같은 우려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무모하게 탈당할 확률은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당 관계자는 “일부가 이탈할 지는 몰라도 분당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내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탈당할 수는 있어도 지금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예상외로 선전한 박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도 지적도 나온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2월 9일 오후 용산구 백범 김구 선생의 묘를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4·29’ 보궐선거부터 총선까지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역인 성남 중원과 서울 관악을, 광주 서을 등 3곳의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4·29’ 보선은 새롭게 진용을 갖춘 여야 지도부의 첫 시험무대이며 향후 정국 주도권 경쟁의 첫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김 대표가 진두지휘를 하게 되지만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신임 원내지도부의 국회 운영 등이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세 곳 모두 야권성향이라 새누리당은 한 곳만 이겨도 선전하는 것이라는 평가다. 일찌감치 후보를 내세운 새누리당에 비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치열한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성남 중원이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인 가운데 새누리당은 신상전 전 의원을 공천한 데 비해 새정치연합은 정환석 지역위원장과 김창호 경기대 교수·홍훈희 변호사 등 3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고, 은수미 의원(비례)도 도전할 태세여서 공천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으며, 국민모임도 후보를 낼 태세여서 야권연대 여부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 야권분열로 여권에 어부지리가 될 경우, 문 대표의 정치력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여야 지도부의 운명은 내년 20대 총선에서 최종 갈리게 된다. 새누리당 신임 원내지도부와 새정치연합 문 대표 모두 내년 총선 승리를 강조하며 당선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꼭 승리하도록 당을 이끌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고 말했으며, 새정치연합 문 대표도 수락연설에서 “우리 당의 변화가 시작됐다. 총선 승리의 깃발이 올랐다”고 밝혔었다.

새누리당의 경우, 유 원내대표와 원 정책위의장이 예상외의 큰 표차로 이·홍 의원 조를 누른 것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청와대에 의지하기 보다는 국정운영의 중심을 당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새누리당 지지도가 역전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따라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 주도의 국정운영이 제대로 이뤄지고 당·정·청간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 승패가 문 대표의 차기 대권 가도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문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두 개의 키워드를 던졌다. 하나는 ‘단합’이고, 또 하나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전면전 선포’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 경고한다.

민주주의, 서민경제, 계속 파탄낸다면 나는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그는 다음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며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앞으로 박정희·이승만 대통령 묘소 참배 여부를 놓고 국민이 서로 갈등하고 그것으로 국론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해 ‘국론 통합’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문 대표는 또한 당직 인선에서도 각 계파를 아우르며 안정감을 도모, 당내에선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의 대화 상대는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3선·전남 광양)이지만 차기 대권주자인 문 대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여론의 초점이 문 대표에게 맞춰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국의 관전포인트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얼마나 소통하며 국정 운영에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새정치민주연합이 문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제1야당의 역할을 할 것인지에 모아진다.

국민들의 지지와 정국 주도권은 어느 쪽이 먼저 진정으로 달라지느냐에 따라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글=김재민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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