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진출 실패했지만… 삼성 ‘명가 재건’ 신호탄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은 이번 시즌 ‘명가 재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비록 플레이오프(PO)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대 초ㆍ중반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세대 교체가 자연스레 이뤄졌다.

그 중심엔 배혜윤(26), 박하나(25), 유승희(21)가 있다. 최근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올 시즌을 가리켜 “다시 생각지도 싫을 정도로 아쉽다”면서 “남은 경기만큼은 전승을 거두고 싶다”고 밝혔다.

■ 무너진 명가의 자존심

삼성은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명문팀이다. 1999년 여름리그부터 20시즌 연속 PO에 진출했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최강으로 군림한 삼성은 프로 출범 뒤 유영주, 정은순, 박정은, 이미선, 김계령으로 이어지는 호화 라인업으로 원년 우승을 차지했다.

유영주와 정은순이 각각 2001년과 2002년 은퇴했지만, 변연하가 그 자리를 메우면서 삼성은 오랜 기간 명가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랬던 삼성이 최근 2년 사이 평범한 중하위권 팀으로 주저앉았다. 지난 시즌 PO에 오르지 못한 데 이어 올 시즌도 탈락이 확정됐다. 이렇듯 삼성이 추락하게 된 데에는 세대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10년 넘게 팀을 이끌던 주축 선수들은 하나, 둘 은퇴와 이적으로 팀을 떠났고, 김계령 또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다. 이미선이 남아있지만 그녀도 어느덧 불혹(不惑)을 앞두고 있다. 박하나, 배혜윤 등이 성장했다곤 하나, 삼성의 구심점은 여지껏 이미선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 이미선을 1대1로 이길 선수가 없다”며 씁쓸해 했다.

■ 차세대 에이스는 나야, 나!

지난해 ‘FA 대박’을 터트리며 삼성으로 이적한 가드 박하나는 올 시즌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지난 시즌 부천 하나외환에서 평균 6.1득점, 1.1어시스트에 그쳤던 박하나는 이번 시즌 11득점, 1.9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그녀는 “출장시간이 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이 성장 비결”이라고 말했다. 포워드 배혜윤은 올 시즌 2라운드까지 부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3라운드가 시작되자 경기당 평균 9.7득점에 5.3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김계령의 후계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배혜윤은 “기회는 계속 주어지는데 그걸 살리지 못해 주눅이 든 상태였다”며 “‘이보다 더 못 할 수 있겠느냐’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자신감을 찾게 됐다”고 했다.

퓨처스리그(2군)가 주 무대였던 가드 유승희는 올 시즌 삼성에 알토란 같은 존재다. 공ㆍ수 양면에 걸쳐 기량이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다. 유승희는 “장차 (변)연하 언니와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올 시즌으로 끝나는 게 아니야

올 시즌 삼성은 유난히 아쉬운 패배가 많다. 18패 가운데 11패가 5점 차 이하로 진 경기였다. 배혜윤은 “사소한 실수 하나로 내 준 경기가 너무도 많다”며 “멤버가 많이 바뀌면서 다른 팀에 비해 조직력이 달렸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들은 “올해가 끝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며 내년 시즌에 대한 강한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박하나는 “올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다음 시즌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 감독님께서도 ‘올해만 운동하고 그만둘 것이냐’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라며 “남은 경기에서 삼성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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