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성 ‘반짝 행사’ 금물 ‘책읽는 문화’ 확산이 중요

[전문가에게 듣는다] 2. 이한구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책의 수도가 된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민과 책의 수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천시의회 이한구 문화복지위원장은 “홍보하고 과시하는데 그친다면 유네스코가 지정한 책의 수도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일회성 이벤트로 넘길 것이 아니라 시민이 책의 수도 시민으로서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선정 세계 책의 수도 원년인 올해 인천시는 ‘Books For All,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내세워 책의 수도 개막식, 국제아동교육도서전, 인천시 통합전자도서관 구축 등 분야별 39개 사업을 펼친다.

하지만, 인천시의회의 문화복지분야를 총괄하는 이 위원장은 현재 사업계획만으로는 독서문화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기존 행사의 재탕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책의 수도 정책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인문사회적 소양을 기르는 시발점 역할, 지역사회의 토양이 바뀌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본보는 이 위원장을 만나 세계 책의 수도가 갖는 의미와 현 사업의 문제점,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세계 책의 수도’,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다. 어떤 의미인가.

A 우리가 어떤 문화재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되면 기념하듯 유네스코 책의 수도가 됐다는 것은 시민이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다.

유네스코는 물질적 발전뿐만 아니라 문화·인문학적 발전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2001년부터 매년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해 독서문화 발전을 장려하고 있다. 세계 15번째, 아시아 3번째, 한국에서는 최초로 책의 수도로 지정돼 인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격이 올라가는 일이다.

Q 문화복지위원장으로서 인천시 책의 수도 정책을 평가한다면.

A 민선 5기 들어 인천시는 대한민국 성장 동력이라는 ‘경제수도 인천’ 못지않게 문화 발전이 중요하다고 착안, 세 차례 도전만의 2013년 책의 수도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 정부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시민 공감대를 사고 책의 수도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이끌어 냈어야 할 지난해 시는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올해만 국·시비 40억 원이라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지만, 중요한 것은 예산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배다리 고서점가 활성화 지원 사업 등 일부 사업은 의미가 있지만, 대부분 사업은 기존 프로그램에 색깔만 덧칠하거나 여러 사업을 묶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Q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라 생각하는가.

A 올해 행사 한 번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책 읽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이 책을 읽고 나누려면 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 주민단체, 시민단체, 종교단체까지 다양한 모임의 독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시민 스스로 책의 수도를 만들어 나가고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은 이들을 연결하고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시 책의 수도 정책은 대부분 이벤트 사업에 치중해 이러한 네트워크 연결 및 인프라 구축에 소홀한 모습이다. 특히 인천시가 진정한 책의 수도가 되려면 도서관 문턱이 높거나 도서관이 없어서 이용 못 하는 시민이 없도록 도서관이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도서관 이용자, 도서관 종사자가 참여하는 실행위원회나 집행위원회 하나 없으면서 인천시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각각인 인천지역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역별 거점 도서관을 키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정작 이러한 노력은 찾을 수 없다. 지금보다 10배 이상 많은 시민이 책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책을 읽고 나누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책의 수도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Q 책의 수도 지정을 계기로 인천지역 출판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A 인천은 지금 출판 산업 자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사상태에 빠져 있다. 그렇지만, 기존 출판시장에서 인천이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은 사실 많지 않다. 파주 출판단지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소비지가 없는 한계가 있다. IT 출판, 근대문학 유아도서 등 아직 전문화하지 않았거나 특성화하지 못한 분야에 주력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사업을 함께 수행할 파트너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가장 큰 관련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12년 책의 수도 유치 단계부터 함께했지만, 현재는 인천시와 협력을 맺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인천시가 관계를 맺어온 협회 내부 인사가 사재기 문제 등으로 제명된 이후 인천시는 아직도 파트너 선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정작 함께 준비해야 할 협회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대부분 사업이 기존 이벤트로만 채워지는 부분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Q 위원장이 생각하는 책의 수도 모델은.

A 범죄와 자살 같은 각박한 사회 속에서 책 읽는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힘을 갖고 있다. 혼자 읽는 책도 중요하지만,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풍토가 마련된다면 개인적으로 삶에 대한 철학이 생기고, 공동체적으로 집단적 지성이 만들어진다.

인문사회적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창의적 인간이 많아진다면 경제적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요즘 창조경제를 많이 얘기하는데 독서 문화가 바로 기존 과학 기술에 인문사회적 소양을 접목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고 본다.

출판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집단적 지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개인과 집단의 변화를 시작으로 전체 사회의 변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 유네스코가 책의 수도에 바라는 것이 바로 그러한 변화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Q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다면.

A 서울시 관악구의 경우 책의 수도는 아니더라도 책 읽는 마을 정책을 4~5년여 동안 꾸준히 추진, 현재는 마을마다 동마다 도서관이 있고 토론대회, 독서대회가 연중 끊이지 않는다. 기존 작은 도서관을 업그레이드한다든지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저자와의 만남, 독후감 대회 등을 동 단위로 열면서 지역 출신의 독서 전문가를 배출하고, 주민의 독서 문화가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 계양구 효성동의 ‘1004 마을축제’ 또한 지역주민이 직접 마을축제 주제로 책을 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민이 직접 준비한 1004 마을축제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지역 도서관 등과 함께 책 장터, 웹북 체험, 릴레이 책 읽기, 작가 초청 강연회 등 풍부한 프로그램을 담아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이 있다면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책의 의미와 정서를 공동체적 가치로 공유해 나간다는 점이다.

Q 위원장은 얼마나 책을 읽는가. 독서습관을 얘기해 달라.

A 예전에는 신문에서 추천하는 책을 일주일에 한 권씩 구매해 꼭 읽었는데 아쉽게도 지난해부터 완독하는 책은 1년에 10권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주로 사회과학이나 정책 관련 서적은 틈틈이 읽는 편이다. 지난해 선거 당시 사회적 경제 등 평소 관심 있던 책을 선거 사무소 한쪽에 진열해 방문하는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관심사를 공유했다. 지금은 고은 시인의 시집이나 김윤식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시집을 차에 두고 일정 도중에 읽고 있다.

박용준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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