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다] 5. 인일여고 학교도서관
학교도서관은 지난 1950년대 부산을 중심으로 경남 일대에서 설치되기 시작됐다.
1952년 3월 진주여자중·고등학교에서 최초로 학교도서관을 설치한 이래 1959년 11월 인천제물포고등학교에서 3층의 현대식 건물로 건립된 학교도서관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1994년 제정된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은 학교도서관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2007년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제정되는 등 학교도서관에 대한 법률적 근거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도서관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인천지역 학교도서관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학생 1인당 장서 보유 수는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사서교사를 둔 학교는 30여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개선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학교도서관은 학생의 독서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며, 이 시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일여자고등학교는 인천을 대표하는 학교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인일여고 학교도서관의 학생 1인당 장서 보유 수 22.6권으로 지역 평균인 28권에 미치지 못하지만,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연계 문화 행사 운영으로 최고의 학교도서관을 만들어냈다.
책의 수도 인천에 걸맞은 학교도서관을 만드는 키워드는 효율적인 학교도서관 운영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독서광 만드는 ‘행복한 독서여행’
인일여고는 지난해 진로·학업·대인관계에 대한 걱정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학생들에게 사랑·감사·배려의 마음을 가르칠 수 있는 ‘동감 더하기 공감, 행복한 독서여행’이라는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를 위해 인일여고는 학교 교육계획상에 독서·논술·토론 계획을 수립·반영했으며, 인천시교육청 지정 독서토론논술중심학교로 뽑혀 독서캠프, 논술 특강 수업, 역사·철학·경제 인문학 아카데미 등 내실 있는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글타래’ 운영은 학생의 독서습관과 논술력을 신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인일여고는 글타래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독서교육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학급별 독서 도우미를 별도로 선정했다.
또 학교도서관 등 독서환경을 새롭게 꾸미고, 학급별 독서토론회와 독서캠프 등을 운영해 학생의 독서 의욕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다.
사회 교과 연계 독서토론의 형태로 진행된 ‘열린 토론회’는 양보와 타협의 덕목을 익히는 동시에 상대편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능력을 육성하는 기회가 됐다.
다양한 전문가를 통해 사회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인문학 아카데미’는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함양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효소 같은 독서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글쓰기로 여는 나의 꿈, 독서캠프’는 여름방학을 활용한 학교 독서 문화 조성에 기틀을 잡았으며, 진로와 관련된 독서를 통해 학생의 진로 탐색 및 설계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또 학생들이 읽은 책을 토대로 화도진도서관과 연계한 서평집 만들기는 학교와 학생에게 책과 관련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줬다. 이밖에 동화구연배우기, 북 콘서트, 원화전시회, 도서부가 추천하는 책 전시회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체험활동과 연계해 책에 대한 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 지역사회와 나누는 ‘책 사랑’
학교는 지역사회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기관이다. 인일여고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활동 등의 독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학생과 교원 외에도 학부모·노인·장애인 등 지역주민에게도 독서습관의 중요성과 책 사랑을 전파하고 있다.
인일여고는 지난 2012년 율목도서관과 독서문화진흥 및 교육지원, 세계화 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고자 상호 간 긴밀한 교류할 수 있도록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인일여고는 율목도서관 견학을 비롯해 도서정리, 안내 등 도서관 봉사활동 기회를 학생에게 제공했다.
또 지난 2013년 학교도서관-공공도서관 협력 프로젝트로 화도진도서관과 연계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특히 어린이 도서 관련 단체의 도움으로 학생들이 동화구연 등의 수업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했으며, 이 중 일부 학생은 화도진도서관 어린이실과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 봉사활동을 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토요 체험활동의 하나로 진행된 ‘배다리 시낭송회’는 배다리 책방 골목에서 시인과 함께 시를 낭송하며, 창작의 기쁨과 문학의 아름다움을 학생들이 직접 느껴볼 수 있는 독서 프로그램이 됐다.
장소영 인일여고 사서교사는 “학생들에게 책의 소중함과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방법을 찾고자 여러 교사가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은 독서습관을 향상하는데 그친 게 아니라, 사회에 대한 견문을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Interview] 정경희 인일여고 교장
입시도서 편식 현실에 반기 즐거운 책읽기 유도 대성공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듭니다.”
정경희 인일여고교장(58)은 책과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면서도 정작 입시와 연결된 실용적인 독서에만 치중하는 학생들을 보는게 안타까워 사람과 인성을 만드는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정 교장은 다른 교사와 함께 학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독서 교육법 개발에 매진한 끝에 북 콘서트와 열린 토론회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다.
정 교장은 “읽는 자체의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독서 프로그램 개발에 힘썼다”며 “북 콘서트처럼 학생이 즐길 수 있는 독서 프로그램을 다른 학교에서도 운영해 보길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독서 프로그램 운영뿐만 아니라 토론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독서와 토론을 병합함으로써 읽기·듣기·말하기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교육철학에 근거한다. 이미 인일여고 학생들은 여러 독서·토론대회에 참여해 우수한 성과를 거뒀으며, 학교 측은 열린 토론회 등 독서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정 교장은 “독서가 기반이 된 토론 문화만큼 좋은 교육법은 없다”며 “독서와 토론을 연계한 독서 프로그램 운영은 사회와 세계로 눈을 돌려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끝으로 정 교장은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이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일선 학교에서도 많은 힘을 보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많은 시민의 관심을 끌 독서 프로그램 및 행사 개발에 지역사회 역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장은 “학교도서관 활성화 및 학생의 독서습관 향상을 위해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었다”며 “다채로운 행사를 개발해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의 성공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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