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부진·스트레스… ‘농구 대통령’ 허재 감독 씁쓸한 퇴장

감독님은 안녕하신가요?

프로농구 전주 KCC 허재 감독이 지난 9일 스스로 자리를 내놨다.

남은 정규리그 경기는 9경기, 계약 만료까진 4개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팀 부진에 책임을 지겠단 이유에서였다. KCC는 11승34패(11일 기준)로 9위에 위치해 있다.

앞선 두 시즌 10위(2012-2013시즌)와 7위(2013-2014시즌)에 그쳤던 허 감독은 올 시즌 팀의 반등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빅딜을 통해 정통 포인트가드 김태술을 영입한 것이다.

허 감독은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하승진, ‘아시아 베스트5’에 빛나는 김민구, 국가대표 포인트가드 김태술을 앞세워 정상 등극을 노린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 청사진은 김민구가 지난해 6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고관절을 크게 다치며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시즌이 개막하자 김태술은 슬럼프에 빠졌고, 하승진은 이런저런 부상에 시달리며 좀처럼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허 감독은 극심한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허 감독의 씁쓸한 퇴장은 팀 성적과 감독 생명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새삼 곱씹게 하는 사건이었다. 박건연 MBC 해설위원도 “감독직은 성적과 정비례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인지역 구단들의 감독들은 어떨까. 우선, 추일승 고양 오리온스 감독과 이동남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대행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오리온스(24승21패ㆍ4위)와 인삼공사(18승27패ㆍ8위)의 현 성적표를 보자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추 감독과 이 감독대행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특히 6강 플레이오프(PO) 싸움에서 뒤처진 인삼공사는 시즌 종료와 함께 새로운 사령탑이 발표될 것이란 소문이 농구계에서 나돌고 있다. 선수들의 줄부상, 장민국 사건 등 바람 잘 날이 없던 와중에도 당당히 버틴 이 감독대행이지만 허 감독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나쁜 성적 앞엔 장사가 없다.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지난 7일 프로 통산 200승을 달성한 유 감독은 선수뿐 아니라 구단과 팬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 하나 없이 끈적한 전자랜드만의 팀 컬러를 정착시킨 지도력이 높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전자랜드(22승22패ㆍ6위)는 5년 연속 PO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유 감독은 계약 기간도 아직 2년 더 남은 만큼 전자랜드의 지휘봉을 계속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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