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지방자치재정, 위기를 말하다

자치재정권 보장이 위기탈출 해법

▲ 경기일보 주최로 수원 라마다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지방자치재정, 위기를 말하다’ 토론회에서 경기지역 지자체장들이 현재 도내 지자체가 처해있는 재정관련 애로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2할 자치’, ‘재정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경기일보는 새해를 맞아 수원 라마다 호텔에서 ‘지방자치재정, 위기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종식 경기일보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경기도 동서남북 지역을 대표해 염태영 수원시장과 정찬민 용인시장, 김만수 부천시장, 이필운 안양시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등이 참석해 지방재정 위기와 관련해 날 선 토론을 벌였다.

최종식 편집국장     오늘 이 좌담회는 지방자치단체장들 속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마련됐다. 경기도민들은 ‘지방자치단체가 돈이 없다’, ‘재정 위기다’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어떻게 얼마나 어려운가’는 잘 모른다. 각 지자체가 처한 재정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수원시는 타 지자체보다 형편이 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원시는 현재 어떠한 상황인가.

염태영 수원시장     기준재정수입이 기준재정수요액을 초과해 보통교부세가 교부되지 않는 불교부단체가 전국에 수원, 용인 등 6개가 있다. 모두 도내 지자체다. 수원 역시 최근 재정자립도가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자체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세와 지방세의 구조가 시대 변화에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비에 매칭해야 하는 지방비는 수십배 늘었다. 지방비 매칭 사업을 중앙정부에서 모두 결정해 지자체에 통보만 해주고 있다. 그래서 지방비가 매칭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현재 법을 제안해 놨다. 이 법이 꼭 필요하다.

수원시가 타 지자체보다 형편이 낫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렇지 않다. 수원시처럼 인구가 100만명 이상 되는 곳은 행정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수원시 같은 경우 인구는 120만명인데 실제로는 150만명 분량의 행정사무를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 행정 운용이 어렵고 그만큼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행정 서비스의 질을 유지가 어렵다.

 

김만수 부천시장     부천시 사정도 수원시와 다르지 않다. ‘자치’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지만 자치를 하려면 돈과 권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입은 줄고 쓸데는 늘면서 자치가 기본적으로 ‘불가능’ 해지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부천시의 경우 지난 2010년 시장에 취임했는데, 당시 시에 들어오는 돈이 4천31억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3천85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4.3%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부동산세에 기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부천시는 이런 재정난 속에서도 지난 4년간 지방채 발행을 하지 않았는데 내년에는 지방채 발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지금 지자체 사정을 보면 더는 아무리 짜내도 물이 나오지 않는 ‘마른 수건’ 상태여서 이대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최종식 편집국장     지자체장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느껴지는 것 같다. 비교적 타 지자체보다 조용한 느낌을 주는 안양시는 어떤가.

이필운 안양시장     안양시의 경우 구도심과 신도시 지역이 공존하는 지자체이다. 이런 경우 구도심 지역 주민들은 신도시를 보면서 ‘같은 안양인데 왜 저기만 좋은가?’라는 불만을 갖게 된다. 신도시 쪽 주민들은 왜 안양시가 자꾸 구도심 지역에만 투자하느냐고 불만을 표출한다. 자신들이 홀대 받는다는 것이다.

신도시 지역 역시 조성된 지 20년이 됐기 때문에 새로운 행정 수요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양쪽을 시가 다 아우르려고 하다 보니 재정적 어려움이 상당히 크다.

안양시 처럼 신도시와 구도심이 같이 있는 수도권 도시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물론 다들 어렵기 때문에 수도권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면 쉽지 않겠지만 시정을 운영하는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어려움이 많다.

안병용 의정부시장     의정부는 당연히 해야 할 무상급식을 2015년도 예산안에 50%밖에 편성하지 못했다. 어르신들에게 드려야 하는 기초연금도 50%밖에 본예산에 편성하지 못했다.

그럼 나중에 어떻게 하느냐, 빚을 내와야 한다. 빚을 내지 않으면 6개월 후에 아이들 밥을 먹이지도 못하고 어르신들 돈도 못드리게 된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드리느냐. 시장 판공비까지 40% 정도 깎아서 예산을 긁어모았는 데도 돈이 없다.

상황이 이런 지경까지 왔다. 경전철이 재정난의 직접적 원인이다. 원가만 몇 천억원이다. 대책 없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후에 수도권 환승에 대한 손실분담금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최종식 편집국장     지자체들이 겪고 있는 재정난을 극복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제도, 어떠한 구조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가.

안병용 의정부시장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시민들이 쟁취한 것이다. 투쟁을 통해 얻어낸 결과다. 헌법에 자치행정권,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이 보장돼 있다. 이중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은 나름 지켜지고 있는데 자치재정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진심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에 8:2인 국세와 지방세 구조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앞으로도 재정자주권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중앙정부든 국회의원이든 지방자치를 하고 싶어하는지를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그들이 지방자치를 강화한다고 내놓은 대책을 보면 구청장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지방자치 강화인가. 근본적으로 지방자치제를 전부 ‘재설계’해야 한다.

정찬민 용인시장     재정난을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가 ‘규제완화’다. 용인시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규제를 많이 받고 있다. 현재 평택시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논의 중인데 이것만 풀려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또 규제완화와 함께 현재 지자체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대형 사업들에 대해서는 효율성을 재검토해 재정난을 극복할 수 있는 예산운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필운 안양시장     결국 세목에 대한 부분들이 바뀌어야 한다. 국세와 지방세의 항목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세는 대부분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이기 때문에 불안정하다. 재산세 등 안정적인 세목은 모두 국세이다. 세수 신장 부분에서도 지방세는 불리한 구조다. 현재 정부가 설립한 지방세연구원이라는 기구가 있다. 그런데 설립 비용은 지자체에서 부담했다.

과연 이 연구원에서 지방재정에 대해 어떠한 연구를 했고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 지자체가 돈은 내고 있는데 뭘 하는지 느낄 수도 없고 도움도 안 된다.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왼쪽부터) 최종식 경기일보 편집국장, 김만수 부천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정찬민 용인시장, 이필운 안양시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만수 부천시장     이정도 됐으면 지자체의 존립 가치를 물어야 할 시점이다. 그냥 이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길인지 결정을 하자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국가를 위한 것이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

국가사무는 중앙정부가 비용을 전담하는 등 세출구조, 세입구조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질서있는 행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딜레마는 지방재정 문제가 시민들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는 문제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국비로 지원해 주던 지방비로 지원해 주던 지원만 받으면 된다. 시민들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이다.

염태영 수원시장    시와 군 단위 지자체도 문제지만 구청 단위는 재정난이 더욱 심각하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복지 디폴트’가 허언이 아니다. 실제상황으로, 국가적 위기 상태로 인식해야 한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으로는 ‘민란’이 일어날 것만 같다. 수원시 같이 재정이 그나마 안정적인 지자체도 오는 2017년이 되면 세출이 세입을 초과하게 된다. 가용재원이란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지자체가 재정난을 겪는 것이 과도한 사업 추진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사업들, 누가 심의하고 감사했느냐. 바로 중앙정부이다. 지방정부의 방만한 운영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지금 지자체는 부채를 탕감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당장 지방소비세를 20%까지 상향조정하고 장기적으로 40%까지 올려야 한다. 경기도 역시 기초자치단체입장에서 보면 또 다른 중앙 정부일 뿐이다. 도지사 공약이라고 각종 사회복지사업을 추진하려는데, 모두 시·군비 매칭사업이다. 경기도만이라도 기초자치단체의 상황을 헤아려야 한다.

정리=이호준기자 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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