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을왕리해수욕장 횟집 ‘도넘은 호객행위’
“서비스 잘 해드릴게. 차 앞에 대고 들어와요.”
24일 낮 12시께 인천 영종도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횟집 앞 도로변.
한 호객꾼(삐끼)이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 차량을 막아서며 가게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온갖 행동을 다한다. 차량 보닛을 ‘탁탁’ 두드리는 것은 물론 차량 앞까지 막아서며 운전자와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경찰이 뺑소니범을 검거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운전자가 짜증을 내며 경적을 울리자 “어휴, 거 잘 해드린다니깐”이라는 혼잣말과 함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물러섰다.
이 차량은 서너 명 삐끼의 끊임 없는 성가심을 뒤로 하고 결국 해수욕장을 빠져나와 왕산리 해수욕장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비슷한 시각 해수욕장 쉼터 앞 주차할 수 있는 공터에서는 호객꾼과 관광객 사이에 주차 시비가 벌어졌다.
호객꾼이 이곳까지 점령한 채 자기네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관광객 A씨(35)의 주차를 막아서며 승강이를 벌였다.
A씨는 “식당 주차장도 아닌데 왜 주차를 못하게 하느냐”고 따졌지만, 결국 얼굴을 붉히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인천의 대표적 관광지인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식당가의 도 넘는 호객행위가 관광지 품격 저하로 이어지면서 관광객 감소마저 우려되고 있다.
특히 막무가내식 호객 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데다 최근 경기 불황을 틈타 그 정도가 심해졌는데도 관할 지자체는 팔짱만 끼고 있다.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는 횟집과 조개구이집 40여 곳이 관광객을 상대로 성업 중이다. 그러나 이들 식당은 오이도·소래 등지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 호객꾼을 식당별로 1~2명씩 고용해 손님 유치를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지자체인 중구는 현장 적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인의 자정 노력에만 기대고 있다.
상인들도 매년 호객행위 근절을 결의하지만, 단일 업종 경쟁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자체 결의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호객행위 등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과 상인회와 함께 근절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횟집 사장 B씨(53)는 “호객 행위가 안 좋은 건 알지만, 당장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인지 쉽게 없애지 못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식당가 인근에 공영주차장을 마련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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