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돌보기도 바쁜데… 종일 잡무와 씨름

[보육교사, 보모인가 교사인가] 중. 나는 교사이고 싶다

매일 오전 7시께 집을 나서는 A 보육교사(27·여)의 출근길에는 항상 무거운 가방이 함께 한다. 가방에는 밤늦게 완성한 교구재와 1년 전 사둔 토익 책, 어린이와 대화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는 책이 담겨 있다.

일하면서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공부해야겠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껴 책을 몇 권 사서 들고 다니고는 있지만, 목차만 눈으로 훑었을 뿐 바쁜 일과에 쫓겨 가방 속에서 몇 달째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일터인 남동구의 어린이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7시40분쯤. 환기를 하고 청소를 하다 보면 오전 8시를 조금 넘겨 아이들이 오기 시작한다. 원래 9시부터지만 일찍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8시 전후로 아이들을 맡기러 오기 때문에 더 일찍 나와서 아이와 부모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점심때에도 쉴 틈이 없다. 동료 교사들과 번갈아 가며 10분 안에 밥을 먹어야 한다. 점심때가 끝나면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 오후 수업을 준비해야 하지만 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도 있어 너무 소란스럽지 않게 놀게끔 신경 써야 한다.

오후 3~4시쯤 되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종일반 어린이들을 돌봐줘야 하고 관찰일지 작성, 각 기관 대상 서류작성, 청소와 뒷정리,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끝내고 나면 오후 8시가 훌쩍 넘는다.

A씨는 “내가 지금 아이들을 잘 돌보는 건지 걱정도 되고, 더 좋은 보육교사가 되고자 공부하거나 자기계발도 하고 싶지만 짬이 나질 않는다”며 “보육수준을 높이려면 지금처럼 보육교사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맡기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1급 보육교사와 2급 보육교사의 기능과 전문성을 구분해 역할분담과 책임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년차 보육교사인 B씨(30·여)는 교사와 부모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B씨는 “최근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이슈가 되다 보니 자녀에게 ‘어린이집에서 맞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부모님이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어떻게 훈육하는 게 좋은지 서로 소통해야 신뢰감을 쌓을 수 있다”며 “현재 부모님들과는 아이들을 데려오거나 데려갈 때 짧은 인사를 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보육교사 3년차인 C씨(26·여)는 “보육의 질을 높이려면 보육교사들에게 아동학대 방지교육뿐만 아니라 사례별로 올바른 훈육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필요하다”며 보육교사 교육프로그램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인엽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