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에서 출발하므로 법질서 확립이 중요하며 이중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이 기초질서 확립이다.
1993년 뉴욕시장으로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나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시의 낙서를 지우는 것이었는데 ‘낙서’라는 작고 사소한 문제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뉴욕의 범죄율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작은 무질서나 불법이라도 방치하지 않고 적시에 단속하고 조치해야 더 큰 범죄의 확산을 예방하고 사회적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쓰레기통 없애기’이다. 번화가나 광장, 공원 등 공공장소에는 언젠가부터 쓰레기통이 거의 사라졌다. 각 자치단체에서는 쓰레기 종량제 전면 실시 후 시민들의 종량제 봉투 사용을 유도하고 재정난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공공장소의 쓰레기통을 대폭 줄였다.
갑자기 쓰레기통이 없어져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아직 미숙한 시민의식으로 인하여 담배꽁초나 휴지, 음료수병, 종이컵 등을 가로수 밑이나 화단 등에 무단으로 버리는 경우가 아직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기간 중 광화문 시복 미사에 참여했던 17만 천주교 신자들이 보여준 사례에서 보듯이 자발적으로 행사장을 청소하고 시복식 시작 6시간 전부터 이날 낮 12시까지 해당 장소에 머무는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를 미사를 주최 측에서 배부한 비닐봉지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가 행사 후 깨끗한 거리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는 행사 시작 전부터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므로 각자 가지고 온 쓰레기는 각자 다시 집으로 가져가달라는 주최 측의 사전 홍보와 참가자들의 협조로 이루어낸 성숙한 시민의식의 희망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쓰레기통을 없애는 이유와 취지에 대한 사전 홍보와 이를 실천하는 시민들에 대해 선진 문화시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의 확산은 추가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단지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는’ 사소한 일로도 법질서 확립이라는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 향상’과 같은 새로운 요소의 성장이 필요하다.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없는 것이 ‘정상’이고 쓰레기가 없다면 쓰레기통도 없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내 쓰레기는 내 집에 가져가서 버리는 게 당연하다는 시민의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언제 어느 장소에서든지 쓰레기 불법 투기라는 비정상의 상황은 정상화될 수 있고 기초질서가 확립되어 이는 궁극적으로 법질서 확립으로 이어져 우리가 선진사회로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박지윤 용인동부서 고매파출소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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