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금융이 바로 서야 도약할 수 있다

은행은 이자를 매개로 자금을 모아 자본을 축적하고, 자금이 필요한 곳에 공급한다. 소비자들의 목돈 마련이나 이자소득을 통한 자산 증식에 도움을 주고 자금 수요자들의 경제 활동을 촉진시킨다.

이처럼 매개자로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영을 해야 하는 은행이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고 불공정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금융은 국가 경제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은행이 바로 서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 대다수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필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은행 입출금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금액 규모, 영업마감 여부에 따라 차등 부과되고 있다. 소액일수록 수수료율이 높아 서민들의 부담은 큰 반면, 거래 실적이 우수한 고객들은 수수료를 면제 받거나 감면받는다.

은행에 정기예금을 가입하러 가면 예금 금리보다 수익률이 좋다면서 수익증권을 권유하고, 적금에 가입하려 하는 소비자에게 펀드, 방카슈랑스를 권유한다. 은행입장에서 볼 때 확정금리 상품 판매 수익보다는 파생상품 수익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은행의 권유를 통해 가입한 투자상품을 환매하거나 방카슈랑스를 중도 해지해 원금 손실이 나도 책임은 모두 소비자 몫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상담하거나 받을 때 소비자에게 신용등급이 현재 몇 등급으로 어떤 기준으로 평가됐는지를 설명하거나 신용등급을 상향시키는 방법, 금리 인하 요청 방법 등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는 은행직원도 거의 없다.

이자 납입을 통해 은행수익에 기여함에도 대출기한 연장 후 대출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보다 상승하는 경우가 2배에 달하고, 은행 대출 시 다른 상품을 권유하거나 강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때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도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경우에는 면제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금리 인하로 이익이 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수년간 연체 없이 대출이자를 납입하면서 정상적으로 거래해도 한순간의 연체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대출한도가 감액되거나 금리가 상승하고, 연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신용등급에 반영되고 연체 사유가 해소된다 해도 신용등급이 바로 회복되지 않고 최장 5년간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은행은 금융거래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공급자 중심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이익보다는 은행의 이익 위주로 시스템을 구축해 가격을 책정하고, 상품을 판매해왔다. 많은 금융사들이 1997년 외환위기,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위기와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을 겪으면서 퇴출되고, 합병됐지만 은행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 요소들은 점차 누적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가계부채는 1천266조원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63.1%에 달한다. 국민총생산 1천469조원의 86%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처분소득증가율 3.7%보다 가계부채증가율이 5.7%로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가계대출이 국가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위험 수위에 있는 만큼 총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은행은 변화해야 할 시점이고 변화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불합리한 관행이나 제도는 도려내거나 개선해야 한다.

소비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전환해 상품과 가격 정보를 올바르게 소비자에게 제공, 합리적이고 공정한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은행이 바로 서야 한다. 소비자들이 합리적 수준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 제공과 가격으로 상품을 투명하게 판매하고,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을 지키는 등 금융이 공정해야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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