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공감교육 통한 혁신학교… 인천교육 확 바꿀 것”
“혁신학교로 인천교육을 확 바꾸겠습니다.” 인천교육에 혁신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공교육 혁신을 내세우며 오는 2018년까지 인천형 혁신학교 40곳을 지정·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도림초등학교 등 초교 6곳과 중학교 4곳이 인천형 혁신학교로 운영된다. 이 교육감은 인천형 혁신학교를 통해 인천교육을 창의공감교육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자부한다.
인천형 혁신학교가 바꿔나갈 수업문화, 교사문화, 학교문화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베일에 쌓인 인천형 혁신학교에 대한 학력저하 등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성공적인 인천형 혁신학교 운영을 위해 예측 가능한 단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 교육감으로부터 인천형 혁신학교의 성공추진 과제를 들어봤다.
-올해부터 인천형 혁신학교가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혁신학교’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공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역할 모델이 혁신학교다. 오랫동안 공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이 있었으나, 변화를 바라는 지향이 조금씩 달랐다.
공교육의 학력 신장으로 사교육과 비교해 밀리지 않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분들도 있고, 학력경쟁보다는 창의성과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반대처럼 보이던 이러한 흐름이 이제는 하나의 지향으로 모일 조건이 형성됐다.
앞으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학력은 얼마나 많이, 얼마나 정확히 아는가를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새롭게, 얼마나 타인과 잘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핵심이다.
OECD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것을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시교육청은 ‘창의공감교육으로 미래형 학력’을 신장시킬 중점 과제를 정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창의공감교육인지 막막하다. 그 막막함을 구체적인 수업의 변화, 생활교육, 교사들의 공동체 문화로 펼쳐보이며, 전체 학교로 확산할 수 있도록 역할 모델을 하는 것이 인천형 혁신학교다. 인천 공교육의 변화 거점, 인천 학교 혁신의 진원지가 되는 셈이다.
일단 혁신학교는 수업부터 바뀐다. 조용히 앉아서 강의를 듣는 수동적 학습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계획하고 활동하고 대화하는 협력학습, 프로젝트 학습, 토의·토론 학습의 비중이 늘어난다. 이런 수업을 위해 교사들은 행정업무에서 벗어나 연구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행정 공문처리 대신 교육과정을 들여다보고, 교사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이 중심이 되고, 교사들이 자발성을 갖기 위해서는 학교 문화를 지시와 통제에서 민주적 소통과 공감의 수평적 관계로 바꿔야 한다. 따라서 혁신학교는 학교 일부분이 아니라 수업문화, 교사문화, 학교문화를 총체적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의견은 평가 주체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린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다양한 단점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방안은.
혁신학교에 대한 우려는 학력 저하, 편중 지원, 특정 교원단체가 주도한다는 생각에서 온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같은 생각은 분명히 오해다. 우선 수업이 즐겁고 학교 가는 것이 행복한데, 학력이 저하될 이유가 없다. 창의공감교육은 튼튼한 기초학력의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혁신학교를 먼저 도입한 타지역 통계를 살펴보면,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를 단순 비교했을 시 혁신학교의 학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이것은 혁신학교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우선 지정됐기 때문이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상대적 비교가 아니라 혁신학교에 대한 종단적 연구를 통한 학력 검증이 필요하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자면, 앞서 말한 대로 지식습득을 위한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일제시험 점수로 단순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학력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우리는 학생중심의 참여와 탐구, 협력을 통한 수업방식이 진정한 의미의 학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편중 지원도 지나친 지적이다. 혁신학교가 미치는 전체적인 효과를 볼 때 예산 지원은 과하지 않다. 2년차부터는 주변 학교와 클러스터를 구성해 일반학교로 혁신 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뿐만 아니라 혁신학교의 가치를 일반학교에서 실시할 수 있는 학년형 동아리, 지역형 동아리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 혁신학교는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 시범학교와 같은 고립된 편중 지원이 아니다. 일부 교원단체가 주도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혁신학교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경기도나 전북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 같은 지적은 근거가 없다. 경기도 혁신학교는 전교조와 교총 비율이 14%대 31%, 전라북도는 28.5%대 42%다.
혁신학교가 기존 학교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개정된 국가 교육과정을 펼치면, 혁신학교의 가치들이 그대로 나온다. 다시 말해 혁신학교는 보편적 과제라는 것이다.
단지 종이 위에서만 가능했던 교육적 가치들을 하나하나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이 혁신학교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다양한 교육활동에 대한 냉철한 성찰을 통해 시대의 흐름에 맞고 지속 가능한 가치들을 핵심으로 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시교육청이 공개한 혁신학교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1.6%가 혁신학교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혁신학교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자율형 사립고나 특목고에 대해 개념적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 학교가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특성화된 교육, 글로벌 인재 양성’ 등 추상적인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해도 더 이상의 추가 질문은 없다. 이는 개념적 정의보다 입시에 유리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기대가 큰 학교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혁신학교는 개념적 설명과 정의를 계속 요구받는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혁신의 상이 다를 수 있고, 수많은 교육개혁 시도에도 공고했던 공교육 시스템 속의 학교를 새롭게 바꾼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혁신학교가 안고 갈 숙제다. 올해 지정된 10개 학교에 부담스러운 말이 될 수 있겠지만, 혁신학교 홍보의 선두는 혁신학교가 될 수밖에 없다. “아, 수업이 저렇게 변화하는구나.
아이들이 이렇게 변화하는구나”라는 것을 체감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점차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교육청도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는 혁신학교에 대한 철학적 기초와 대중적 공감을 넓히고자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관련 배너도 설치하고, 다양한 자료도 제공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혁신학교의 성공 여부가 교사들의 자발성에서 갈린다고 말한다. 자발성을 높일 방안이 마련됐는지.
혁신학교에는 기존 연구 시범 학교에 부여됐던 승진가산점 등의 인센티브가 없다. 오로지 교사의 자발성에 기초한다. 자발성은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것에서 비롯된다. 하향식인 일방적 지시와 통제 속에서 교사의 자발성은 발현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제까지 공문과 씨름하고 시험 대비를 위해 진도 나가기에 정신없었던 교사들의 자존감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수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최종 피해자는 결국 아이들일 수밖에 없다.
행정업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수업을 기획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자율성과 업무 경감이야말로 교사에게는 가장 큰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천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제까지 우리 교육은 아는 것에 멈춰 있었다. 공교육 체제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찾아 몰입하는 경험, 마침내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경지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좋아하고 즐기는 배움 속에서 높은 사고력, 새로운 창의성, 충분한 공감능력이 길러질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이 할 수 없는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일이 학교 교육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런 교육의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이 인천에서 시작될 수 있도록시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내 아이만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
또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교육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행복한 교육을 해야 미래에도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주길 당부드린다. 인천형 혁신학교는 그 가치를 위해 이제 겨우 첫걸음을 내디뎠다. 시민의 격려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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