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와 인천의 내일
지난해 12월12일 우리나라와 호주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앞서 4월8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핸드류 롭 호주 통상투자장관은 2009년부터 협상해온 한·호 FTA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10년 이내에 현재 교역하는 대다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호주는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비중이 높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소속 국가와 FTA를 다수 체결해 호주 시장 내 아시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한·호 FTA를 통해 호주 시장 내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한·호 FTA 발효 후 10년 내 국내총생산(GDP)이 0.14%, 소비자 후생수준은 16억 달러 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 제조업 - 수출경쟁력 높은 日기업과 어깨 나란히
인천지역의 호주 무역 규모는 지난 5년간 연평균 수출이 7억 400만 달러, 수입이 33억 5천100만 달러로 수출보다 수입이 5배 가까이 많다. 한·호 FTA는 그동안 호태 FTA를 통해 자동차 등에 대해 간접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호 FTA 발효와 동시에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관세율 5%) 중 중·소형차는 관세가 철폐됐고, 자동차 부품인 타이어와 기어박스, 차체부품, 제동장치, 완충기 등에 붙던 관세율 5%가 즉시 또는 3년 내 단계적으로 철폐되기 때문이다.
타지역보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관련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인천은 한·호 FTA로 호주로의 수출이 확대되고 이는 곧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인천지역은 인천항을 통해 승용차와 자동차부품이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 무역협회가 집계한 결과 승용차가 5억 900만 달러로 전체의 65.5%를 차지했고 자동차 부품이 5천600만 달러(7.2%)로 뒤를 이었다.
건설중장비가 3천600만 달러(4.6%), 철강 및 비합금강형강이 3천200만 달러(4.1%), 가구와 철강 중후판이 각각 1천300만 달러(1.7%), 열연강판이 1천200만 달러(1.5%), 정밀화학원료와 조명기기가 각각 900만 달러(1.2%), 컬러텔레비전 800만 달러(1%)다. 이들 10개 수출품목이 전체 수출량의 89.7%에 달한다.
반면 수입은 철강이 13억 2천만 달러로 수입 전체의 41.5%를, 유연탄이 9억 500만 달러로 28.5%를 차지했다. 이어 당류 2억 8천100만 달러(8.8%), 금 1억 2천600만 달러(4%), 원유 1억 2천100만 달러(3.8%), 곡류 1억 1천200만 달러(3.5%), 천연가스 9천100만 달러(2.9%), 원동기 6천200만 달러(2%), 알루미늄 3천400만 달러(1.1%), 고철 3천200만 달러(1%) 등 원자재가 수입 상위 10개 항목이다.
한·호 FTA 발효와 동시에 관세 철회로 승용차와 부품은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계·금속이나 전기기기·부품 등 제조업은 호주 수출 비중이 작지만,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주요 가전제품 등 대부분이 관세가 즉시 철폐돼 새로운 수출길을 열었다. 철강회사와 발전소 등이 수입하는 철강과 유연탄 등도 대부분 관세가 즉시 철폐돼 향후 수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권오준 전경련 한호경제협력위원장은 “한국의 호주 수출 상당수가 승용차 등에 집중되어 있어, 이들 품목만이 FTA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철강제품, 가구류, 기계 등의 호주 수입이 늘고 있어 기업들이 FTA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수출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투자·서비스업 - 산단 기술경쟁력+투자 ‘동반성장’
한·호 FTA의 영향은 단순히 무역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 한·미 FTA, 호주는 호·미 FTA와 유사한 수준으로 서비스 및 투자시장이 개방된다. 그동안 한국은 호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한국 기업의 호주 투자는 17억 달러 수준(2013년 현지법인 신고금액 기준)으로 한국의 5번째 해외 투자대상국이다. 반면 호주는 한국에 5억 달러 수준의 투자가 이뤄져 호주의 16번째 투자 대상국이다.
한·호 FTA로 인해 우선 인천경제자유구역 등에 호주인 및 기업의 직접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 중심 IT 기업 등이 투자 대상이었지만, 앞으로 호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기대된다.
이 같은 호주의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 등으로 지역 내 산업구조 고도화 및 서비스업 성장도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스마트시티 분야의 활발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란 기술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비롯한 차세대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주요 시설과 공공기능을 네트워크화한 미래형 첨단도시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엔 스마트시티가 이미 적용돼 있지만, 호주는 최근 사회안전망 구축 및 교육 분야에서 스마트시티 수요가 느는 추세다.
서비스업은 인천지역 내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이다. 2012년 기준 통계청 자료 분석 결과 인천의 지역 내 서비스업 비중은 58.8%이며, 지역 내 생산은 3천146억 원이다. 전국의 4.68%에 해당하는 수치다. 제조업은 지역 내 생산이 1천623억 원으로 30.1%의 비중을 차지한다. 두 산업이 인천의 산업구조 중심축이다.
결국, 인천은 한·호 FTA를 통해 호주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지역 내 산업단지의 기술경쟁력이 높아져 자연스럽게 산업구조 고도화 및 서비스업 성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한·호 FTA가 지역 내 기업의 호주에 대한 무역·투자 확대로 이어져 향후 인천 기업들이 동북아 시장 전진기지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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