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지역 개인택시 면허 따기 ‘바늘구멍’ ‘무사고 경력’ 인플레

10년 무사고 명함도 못내밀어 올해 커트라인 ‘14년5개월’ 
각종 표창장 인센티브도 한몫

고양시가 개인택시 면허 발급 기준으로 삼는 ‘무사고 경력’ 인플레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사고 10년’은 이젠 명함도 못 내밀게 돼버렸다.

24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105명의 지원자 중 개인택시면허 심사위원회를 거쳐 총 18명에게 면허를 발급했다.

올해 무사고 경력 커트라인은 14년5개월로, 지난해 기준인 14년1개월보다 일 년 사이 4개월이 늘어났다.

이같은 무사고 경력 인플레 현상은 ‘표창장’이 원인이라고 택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시는 관련 규정에 따라 대통령 2년, 국무총리 1년6개월, 국무위원(장관)·경기도지사·경찰청장 1년의 무사고 경력을 가산해 준다. 예컨대 무사고 경력 12년인 면허 신청자가 경기도지사 표창장을 제출하면, 경력은 13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아 가운데 올해 면허를 받은 18명 모두 표창장 혜택을 본 것으로 확인됐으며 신청자 105명 중 대통령 표창장 수여자는 1명, 경찰청장 5명, 경기도지사 표창은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개인택시 면허 발급 경쟁 못지않게 표창장 경쟁 또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신청자들이 가장 많이 제출하는 경기도지사 표창의 경우 ‘모범시민, 노사문화정착, 모범노동자, 교통문화정책 기여’ 등의 명목이라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표창장 수여자를 택시회사 또는 일부 단체에서 추천하기 때문에 개인적 관계에 의한 추천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표창장을 받기 위해 ‘돈거래’가 오고 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시민은 “아버지가 올해 13년 경력인데 아버지보다 경력이 짧은 사람들이 면허를 받아 나간다”며 “표창장을 받으려고 돈을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민원을 고양시에 제기했다.

개인택시 기사 A씨도 “표창장을 받으려고 수십년 전부터 쉬는 시간에 각종 봉사 활동을 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표창장과 관련된 말들이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개인택시 면허를 받으려는 신청자들이 많기 때문에 무사고 경력이 올라간다”며 “표창장을 받는데 돈거래가 있다면 이는 사법당국의 수사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고양=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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