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중도상환수수료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돼야

금융소비자들은 지난해 은행에서 175만1천 건 이상의 대출을 중도 상환해 3천941억 원의 상환수수료를 물었다. 중도 상환한 대출은 대부분 대출 취급 후 2년 이내에 부동산 매매대금이나 목돈으로 상환됐다. 한 푼이라도 돈을 아끼고자 중도에 상환하는 금융소비자들은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금융소비자연맹에 접수되는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불만사항을 보면 ‘수수료가 너무 많다’, ‘설명을 듣지 못했다’, ‘부당하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직원의 권유로 고정금리대출을 선택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금리가 1.5%p 이상 차이가 나 2년간 이자를 많이 냈기 때문이다. 이자를 많이 낸 것도 억울한데 같은 은행에서 낮은 고정금리로 갈아타거나, 대출기한이 1년인 신용대출을 연장해 상환하는 경우 중도상환수수료가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가 인식하는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은 금리나 수수료에 대한 불신과 정보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 소비자가 대출을 받으면서 가산금리에 대한 정보를 요구해도 은행들이 영업 기밀이라며 정보 제공을 꺼리면서 금리에 대한 불신이 많다.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대출부대비용을 보전하고, 다른 은행으로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발목잡기 수단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은행은 대출 실행 후 3년 이내에 소비자들이 대출을 상환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데 대개 1.5% 수준으로 상환금액에 약정수수율과 잔여일수를 반영해 산출하고 있으며 고정변동, 단기장기, 가계기업, 담보신용 등 대출 유형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자금조달비용, 예상부도율과 부도 시 손실률 등을 반영한 신용원가, 대출 실행에 따른 대출업무 담당 인건비, 전산비 등 업무원가, 주택기금 출연료, 교육세 등 제비용, 목표이익률 이외에도 대출 조기 상환시 조달자금의 미운용 손실 비용 등 유동성원가도 반영하고 있어 현행 중도상환수수료율은 소비자에게 과도하다.

더욱이 변동금리대출은 3개월, 6개월 주기로 금리가 변동해 자금운용 고정화에 따른 위험이 제거되므로 중도상환에 따른 손실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고, 신용대출은 채권보전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장에서 대출은 항상 초과 수요이고, 은행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카르텔을 형성, 제한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에서 중도상환한 자금을 용이하게 운용하면서 일정한 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데 비해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소비자의 중도 상환의 대가가 너무 크다.

따라서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채권 발생시 채권보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회수하는 것으로 국한돼야 한다. 즉 상환금액에 일률적으로 적용(=상환금액×중도상환수수료율×잔여일수)할 것이 아니라 상환금액에 따른 제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것(=제비용×(상환금액대출금)×잔여일수)으로 변경돼야 한다.

변동금리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는 원칙적으로 면제하되 우선 대출기간이 1년 미만인 신용대출부터 중도상환수수료를 없애야 한다. 대출 유형별로 구분하여 대출채권 발생에 따른 제비용을 산출해 그에 적합하게 중도상환수수료를 차등 부과하고 금리,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고지해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한은 기준금리 인하, 대출 구제 완화 등으로 금융사들의 가계대출 잔액이 1천조원을 넘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상환비용을 줄이고 금리경쟁을 유도하며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중도상환수수료는 소비자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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